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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여성징병제 논의, ‘허버허버’ ‘오또케’ 뛰어넘어야

병역제도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군 가산점 부활과 군 복무 경력 반영부터 모병제 전환과 여성징병제, 남녀평등복무제 등까지 공론화되고 있다.

일련의 의제 대부분이 여당발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드러난 ‘이남자(20대 남성)’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러나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자원 부족과 고질적인 병역 공정성 논란, 급변하는 미래 전장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병역제도 개편 논의 자체를 마냥 미루기도 어렵다.

최근 병역제도 관련 논의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단연 ‘여성징병제’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시작된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청원은 사흘 만인 21일 15만명의 동의를 얻으며 이목을 끌고 있다. 여성의 국방의 의무 관련 청와대 청원이 처음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유사한 청원을 거론하며 “재밌는 이슈 같다”고 언급했다. 모든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명시한 헌법과 여성은 지원에 의해서만 복무할 수 있다는 병역법 간 충돌을 문제삼은 헌법소원도 10여차례 이상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모두 각하하거나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근력이 우수한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췄고, 여성은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영내 생활이나 군사훈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남성만 징병검사 대상으로 정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여성징병제 도입 국가는 북한과 이스라엘, 쿠바, 볼리비아, 수단, 차드, 에리트리아, 모잠비크, 코트디부아르, 베냉 등 일부에 불과하다. 중동전쟁을 겪고 팔레스타인 분쟁이라는 안보 상황에 처한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오랜 내전을 치르거나 권위주의국가가 대부분이다.

한국이 교훈을 찾을 수 있는 국가로는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스웨덴 정도를 꼽을 만하다. 노르웨이는 2016년, 스웨덴은 2017년부터 남성과 함께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여성징병제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남성에게만 국한돼 있는 국방의 의무를 열어 달라는 여성들의 성평등 지향 목소리가 컸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 여성계에서도 오래전부터 군대가 금단의 최후 보루라며 여성의 병역 의무 이행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이 있었다.

문제는 한국의 여성징병제 논의 과정에선 ‘왜 나만 군대 가서 고생하고 성적이나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느냐’ ‘구조적 남녀차별은 도외시하고 군 복무 경험만 내세운다’는 식의 젠더갈등 양상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여성징병제가 현실화되려면 ‘군바리’로 조롱받는 군 이미지 제고를 비롯해 성차별·성폭력 가능성 제거와 남성중심적 위계질서 혁파 등 정비해야 할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능력이 날로 고도화되는 분단 현실에서 안보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남성과 여성을 떠나 최고의 군인 선발을 목표로 했던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여성징병제 검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도 성평등이 아닌 안보 강화였다. 한쪽이 다른 쪽을 ‘허버허버’ ‘오또케’라고 혐오하고 비하하는 상황에서 여성징병제 논의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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