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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남자가 피해자”…젠더갈등으로 점화되는 불법영상 청원[촉!]
해외 온라인서 불법촬영된 남성 영상 판매 소식에
남성들 “여자 가해자 문제…어떻게 처리하나 지켜볼 것”
전문가 “범죄는 범죄로 봐야…남녀구도로 보는 것 경계”

[123rf]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최근 남성들이 영상 통화 중 음란 행위를 한 것을 녹화한 영상이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젠더 갈등’이 또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상 판매에 대해 일부 남성들은 ‘제2의 n번방 사태’로 규정하고 ‘여성이 가해자인 상태에서 어떻게 해결이 되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 문제를 지나치게 남녀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 영상파일, 피해 남성 신분·직업 등 유추 가능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제 2의 n번방 사건인 불법촬영 나체 영상 유포 사건 관련자의 철저한 수사와 처벌, 신상공개를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에 대한 동의자 수가 이날 오전 9시 현재 7800명을 넘어섰다.

이 청원은 지난 22일 한 매체가 해외 음란 사이트와 트위터 등에서 불법촬영된 남성들의 영상이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판매 영상은 모두 1257개로, 대다수가 남성이 영상 통화 중 음란 행위를 한 것을 몰래 녹화한 것이다. 특히 영상 미리보기에서 남성들이 똑같이 몸을 구부리고 양손을 이용해 동일한 자세로 특정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모습으로 볼 때,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상 파일의 이름을 보면 공무원, 발레리노 등 신분이나 직업을 유추할 수 있는 상태였다. 남성들의 얼굴이 드러나고 실명이 기재된 영상도 있었다. 교복이나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도 고스란히 담겼다.

한 피해 남성 A씨는 최근 위치 기반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여성 B씨와 영상 통화를 했다. B씨는 A씨에게 “특정 신체 부위가 보이도록 자세를 취해 달라”, “앉은 자리에서 소변을 봐 달라”는 등 음란 행위를 요구했다.

이후 A씨는 해외 음란 사이트에 자신이 했던 특정 행동을 똑같이 한 남성들의 영상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트위터 등에서도 불법 촬영된 영상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피해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을 제출한 상태다.

23일 오전 9시 현재 ‘제2의 n번방 사건인 불법 촬영 나체 영상 유포 사건 관련자의 철저한 수사와 처벌, 신상공개를 요구합니다’라는 내용의 청원에 대한 동의자 수가 7800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남성도 성피해에 노출” vs “성착취 ‘n번방’과 달라”

일부 남성 사이에선 이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무역회사 직원인 30대 중반 남성 김모(경기 광명 거주) 씨는 “이건 n번방이랑 똑같은 사건으로 보이고 가해자 성별만 다르다”며 “n번방처럼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도 딸을 키우는 입장이라 n번방 사건의 중요성을 깊이 공감한다”며 “그런데 딸이 내게 소중하듯 아들도 다른 부모에게 소중할 것이므로 이런 범죄는 더욱 균형감 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임모 씨는 “만약 이것이 사실이면 남성 역시 여성처럼 성 관련 피해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주변 또래 친구들 입장에선 상당히 민감하게 볼 문제”라고 했다. 이어 “여성 가해자에 대해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해당 청원이 이번 사건을 지나치게 남녀 갈등으로 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종에 사는 20대 여성 이모 씨는 “n번방 사건과 다른데 왜 제2의 n번방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n번방 사건은 지속적으로 가해자들이 여성 피해자들을 협박·학대하고 성착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번 청원은 ‘남자가 여자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는 프레임을 확산하기 위한 행위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경기 용인에 사는 40대 남성 조모 씨는 “어쨌든 이걸 찍은 사람도 여성에게 호감이 있으니까 영상을 찍은 것 아니냐”며 “그런 영상을 찍은 책임도 있으니 이것을 ‘남자가 차별받고 있다’고 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범죄는 성범죄일 뿐, 남성와 여성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며 “주로 남성이 가해하는 것을 보다 여성이 가해하는 것을 보고 ‘여성’에 초점을 두고 사안을 해결하려 한다면 침소봉대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는 범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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