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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통령 국정철학이 검찰총장 인선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들이 자못 당혹스럽다. 피의자 신분으로 기소 위기에 처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자라는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지검장이 당장 기소를 모면하기 위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소집을 요청한 것도 부자연스럽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국정철학’ 발언은 더욱 적절치 못하다.

논란의 핵심에 선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 대학 동기이며 검찰 내 친정권 성향을 대표하는 인사라는 건 굳이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물론 인사권자가 신뢰하고 친분이 있다는 게 검찰총장으로서 결격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현 정권과 관련한 사건수사를 내놓고 뭉개거나 틀어막는 데 앞장서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펀드 사기, 채널A 사건 등이 그 예라고 한다. 검찰총장으로서 가져야 할 최대 덕목인 정치적 중립 의지가 의심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방침을 사실상 굳힌 상태다.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검찰총장은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검은 오는 29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전에 수심위를 연다고 하지만 여러 절차상 개최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지검장이 노린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일단 총장추천위에서 가닥이 잡히면 검찰도 기소가 힘들다고 본 것이다. 그야말로 ‘꼼수의 연속’이다. 이런 이 지검장이 후보로 거명되는 것 자체가 법치주의 원칙에 벗어나고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

더 황당한 것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는 박 장관의 검찰총장 인선 기준이다. 검찰총장추천위원은 모두 9명이다. 그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위촉한 위원 4명이고 법무부 검찰국장이 포함된다. 사실상 박 장관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국정철학’을 강조한 것은 특정인을 염두에 둔 가이드라인의 제시인 셈이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곳이 아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고 엄격한 법 집행으로 정의와 원칙을 수호하는 게 그 본연의 역할이다. 더욱이 이번에 임명되는 검찰총장은 차기 대선도 관리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중립 의지가 확고한 인사가 필요한 시기다. 정권 입맛에 맞는 검찰총장은 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던 검찰개혁과도 정면 배치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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