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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꼰대당’ 안 되려거든 윤여정에게 배우라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후 여야는 앞다퉈 축하인사를 건넸다. 거기서 그칠 게 아니라 윤여정에게 좀 배웠으면 한다. 퇴행 조짐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이 더는 ‘꼰대당’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먼저 ‘우아하게 비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윤여정은 자신이든 상대든 지나치게 깎아내리거나 치올려 ‘과공비례’하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상대의 무례나 잘못된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생각하고 긍정하게 한다. 시상식 후 브래드 피트에게서 어떤 냄새가 났느냐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윤여정은 “나는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난 개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시상식을 앞둔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아들이 아시안 증오범죄 때문에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에 가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영국 아카데미상을 받고 나선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이라는 표현으로 화제가 됐다.

“쓰레기” “양아치” “꼬붕” 등 불쾌한 언사를 쏟아내는 여야 정치인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윤여정의 말은 핵심을 정확히 짚으면서도 대체 불가한 표현을 사용한다. 말이 품은 가시는 늘 강자를 겨냥하고 있다. 반면 “외눈” “후궁” “꿀먹은 벙어리” “중증치매” “암환자”는 모두 대체 가능한 말이고, 무리한 비유를 쓰다가 ‘차별’ 논란에 휩싸인 정치인들의 말이다. 모두 “편향” “(청와대에 대한) 무비판” “침묵” “혼란” “심각” 등으로 바꿔 써야 했던 말이다. 정치가 풍자가 되면 힘을 잃고, 정치인이 수사(비유)에 집착하면 위험한 선동가가 된다.

둘째,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젊은 세대의 존재를 긍정하는 ‘세대소통법’이다. 윤여정은 “우리는 낡았고 매너리즘에 빠졌고 편견을 가지고 있다 ”며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너희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젊은이가 경험치가 부족하다’거나 ‘(젊은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고 한 정치인·관료들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그렇다고 윤여정은 젊은이들을 마냥 편들거나 두둔하지만은 않는다. 윤여정이 남북통일보다 중요하다고 한 것은 ‘세대 간 소통’이었지, ‘젊은이들에 점수 따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20대 남성들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에 몰표를 줬다는 분석이 나오자 여당에서는 득달같이 ‘모병제’ ‘여성징병제’ ‘군 가산점 부활’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야당에선 “(공직자 등) 여성할당제 폐지”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젊은 세대를 교정해야 될 대상으로 보는 것도 문제이지만 역성들고 시혜하면 따를 대상으로 여기는 것도 잘못이다.

셋째, ‘절박함과 프로 근성’이다. 윤여정은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 그래서 예술은 잔인한 것”이라 고 했다. 우리 정치인들은? 절박하게 정치하는 사람도 없고, 극찬받을 이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표가 필요할 때 정치를 가장 잘해야 하는데 연기를 더 잘한다. 표를 몰아주면 정치를 더 못한다. 180석 몰표를 받았던 여당의 1년 만의 참패와, 4·7 재보선 압승 한 달도 안 돼 혼란에 빠져든 야당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예술처럼 정치도 잔인하다. 다만 정치인이 아닌 국민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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