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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논쟁적 사안 가상자산, 국회가 중심 잡고 제도 정비해야

가상화폐는 “이게 확실히 옳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논쟁적 사안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암호화폐는 법정 화폐가 아닌 내재 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에 불과하다”고 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투기성 상품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반면 관련 업계와 투자자들은 “가상화폐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분권화된 화폐다. 세상에 뭔가 새로운 게 나올 땐 언제나 기득권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어서 명쾌하게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미래인 20·30세대가 가상화폐 광풍에 휩쓸려 피해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원론적 얘기만 하는 것은 한가해 보인다. 하루 거래 규모가 20조원대를 기록하면서 올해 1분기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금액만 1486조원에 달했다. 투자자 10명 중 6명은 한방에 인생역전을 노리는 20·30세대다. 상장 30분 만에 코인값이 1000배나 치솟거나 반대로 폭락하는 ‘미친 변동성’에 이들이 노출돼 있다. 상장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으는 폰지성 사기와 작전세력의 시세조종도 기승을 부린다. 제도적 불확실성도 크다. 은 위원장의 ‘(실명 계좌 위반) 거래소 무더기 폐쇄’ 발언에 코인값이 급락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흘 만에13만여명이 동의한 배경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코인 민심이 악화하자 여권에서는 부랴부랴 가상화폐 관련 법·제도 정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핵심 지지층이었던 젊은 층의 이탈이 지난 4·7 보궐선거의 참패를 가져왔기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게다.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가상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고 제도를 연구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릴 계획이다. 차제에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와 이용자 보호, 가상화폐 상장 요건 강화, 공시 의무화 등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치권의 움직임과 달리 정부는 아직 가상화폐를 어느 부처가 맡을지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가상화폐는 화폐 기능이 있으니 기획재정부가 맡아야 한다”는 금융위나 “가상화폐 사업자의 유사수신행위를 규율하려면 금융위가 나서야 한다”는 기재부나 서로 골치 아픈 일은 떠맡기 싫다는 태도다. 2017년 가상화폐 광풍이 불어닥친 지 4년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향후 가상화폐 논의의 주도권을 국회로 넘겨도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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