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핵합의 복원협상 속에 북핵협상 답이 있다 [한반도 갬빗]

“제재완화만이 대화재개의 조건이다”

“핵합의 의무부터 지켜야 협상이 가능하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아니다.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재협상에 나선 이란과 미국의 얘기다. 지난달 6일부터 미국과 이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협상을 재개했다. 순조롭지 않지만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가 이 협상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이란 협상전략과 대북 협상전략이 연결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JCPOA,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골자로 한 단계적 접근법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일괄타결이나 전략적 인내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계적 접근법을 예고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축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란핵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단계적 접근법과 일맥상통한다.

2015년 타결된 JCPOA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동결과 국제사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게 골자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018년 제1차 북미정상회담 전날 뉴욕타임스 기고문에도 북핵협상 최고모델은 이란식 합의라고 밝힌 바 있다.

재협상 나선 이란과 미국, 비핵화·상응조치·시퀀싱 ‘워킹그룹’ 눈길

[123rf]

현재 이란과 미국의 핵합의 복원을 위한 재협상에서는 3가지 워킹그룹이 가동되고 있다. 바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문제와 이란의 비핵화 및 JCPOA 규정준수 문제를 다루는 워킹그룹과 각 실무진이 정의한 제재해제 사안들과 비핵화 사안들의 시퀀싱(행정절차)를 짜는 워킹그룹이다. 흥미롭게도 미국과 이란은 비핵화와 제재해제의 시퀀싱을 두고 갈등을 반복하면서도 협상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친(親)이란 방송인 레바논TV에서 이란이 스파이 혐의로 기소한 미국인들을 풀어주는 대신 미국이 동결했던 이란 자금 70억 달러(약 7조 8230억 원)를 돌려받기로 했다는 내용의 설익은 보도가 나온 배경이 여기에 있다. 현재 이란과 미국은 각각 비핵화와 제재완화의 이행요건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있다. 두 절차의 시퀀싱은 논의를 해야 하는 단계에 있다. 그런 점에서 레바논TV의 보도는 자국의 협상조건을 관철하기 위한 이란의 대외선전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른바 ‘실용적’ 대북접근법은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협상에서 가동하고 있는 ‘워킹그룹’ 체제를 차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의 북미 핵협상은 비핵화 절차와 제재 완화 및 상응조치의 순서를 짜맞추는 과정에서 매번 깨졌기 때문이다.

이란, 핵무기 생산경험 없지만, 北은 핵실험·무기생산까지 해

그러나 미국과 북한의 협상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보다도 어려운 과제가 많다. 이란은 북한과 달리 핵실험을 했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핵무기 생산에 나선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미국과 북한의 시퀀싱은 JCPOA 복원협상보다도 더 험난할 가능성이 크다.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행정부의 이른바 ‘조율된 실용적 접근’이 ”새로울 게 없다”며 “결국 문제는 북한을 어떻게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대화를 진전해 나가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JCPOA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3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참여한 다자합의라는 점도 다르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직접 대면협상에 나서지 않고 유럽3국과 러시아와 중국 대표들을 통해 자국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교환하는 방식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9·19 공동성명을 발표할 수 있었지만, 당시 참가한 한국과 일본,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중재하는 구조는 아니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첨예한 전략적 이익 때문이었다. JCPOA의 다자협의 틀을 북미협상 과정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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