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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70세 정년시대로 가는 일본

일본은 ‘노인 대국’이다. 주요 선진국중에서 가장 이른 2005년에 초고령 사회(65세 이상이 인구의 20% 초과)로 진입했다. 70세 이상은 다섯 명 중 한 명꼴인 2621만명(20.7%)에 달한다(2019년 기준).

일본에선 70세 전후 노인들이 제조업은 물론 농·수·축산업, 자영업 등 모든 업종에서 활동한다. 소재·부품·장비 등 기초 산업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숙련기술을 가진 노년층이 버티는 덕분이다. 의사·교수·건축사 등 전문직에도 고령자가 많다. 사립대학은 정년을 70세로 한 곳도 꽤 있다. 정계·재계도 예외가 아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1948년생,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의 나카니시 히로아키 회장은 1946년생이다.

일을 중시하는 일본에서 올 4월 1일 ‘개정 고령자 고용안정법’이 시행됐다. 이 개정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만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연장토록 하는 ‘노력 의무’가 기업들에 부여됐다. 70세 정년이 의무는 아니지만 기업 측이 최대한 노력하라는 요구다. 지금도 고령 근로자들이 적지 않지만 법적으로도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평생 현역 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법정 정년은 만 65세였다.

이 법은 근로자들의 정년을 70세까지 늘리도록 노력할 것을 의무화하는 대신, 근로자의 지위를 바꿀 수 있게 했다. 기업은 65세 초과 근로자를 자사 직원이 아니라 개인 사업주 또는 프리랜서로 분류할 수 있다. 고용 형태도 직접 고용에서 업무 위탁 계약으로 변경 가능하다. 자사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없다. 기업은 고용 형태 변경을 통해 인건비를 20~50% 줄일 수 있다.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줄여주려는 것이다.

기업들은 ‘70세 정년 시대’를 맞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세계 최대 지퍼 제조업체 YKK그룹은 65세 정년제를 지난달 폐지했다. 일본 최대 에어컨 메이커 다이킨은 4월부터 희망자를 대상으로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는 재고용제도를 도입했다. 가전 유통 상장사 노지마는 올 초 65세에서 80세로 정년을 연장했다. 미쓰비시화학 등 대기업도 정년 폐지를 검토 중이다.

70세 정년은 평균 수명 증가로 고령자 근로 수명이 길어진 것이 기본 배경이다. 노동인구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995년 약 8700만명에서 2019년 7500만명까지 줄었다. 고령자 급증에 따른 연금·의료비 지원 등 국가의 복지 지출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일본인은 노년에도 일하는 것을 장려하는 전통이 있다. 노인들 스스로도 일을 해야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감을 갖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론(日本論) 연구자인 사이토 다카시 메이지대 교수는 “일본인은 내세보다 현세의 삶을 중시하는 인생관을 갖고 있다”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긍지와 보람을 인생의 가장 큰 행복으로 느낀다”고 분석한다. 일하는 게 고통이 아니라는 얘기다. 심지어 행복해한다. 70세 정년이 일본 사회에 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궁금하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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