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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이법’에도 되풀이되는 입양아 학대…“사후대책에만 치중”[촉!]
올해 입양실무 메뉴얼 개선됐지만 10일부터 시행
민간 입양기관, 해당 입양가정 방문 1차례에 그쳐
“민간 입양기관, 입양가정 검증 아닌 ‘사업’에 치중”
두 살짜리 입양 아동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부 A씨가 지난 1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입양한 두 살배기 딸이 보챈다는 이유로 마구 때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양부 A씨가 입양의 날이었던 지난 11일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됐다.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지 7개월,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채 3개월이 안 돼 입양 아동에 대한 학대가 되풀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인이법이 사후 대책과 처벌에만 머물러 있다며 입양 절차를 체계화하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30대인 A씨 부부는 지난해 8월 B(3) 양을 C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했다. 입양기관이 1년간 입양 아동의 상태를 확인하고 4차례 가정 방문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C 기관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4월, 세 차례에 걸쳐 사후 관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중 실제 가정 방문이 이뤄진 것은 지난해 10월 한 차례에 불과했다. 나머지 두 차례 때 C 기관은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B양의 적응 여부만 양모와 주고 받았다. ‘2020년 입양실무매뉴얼’에 따라 네 차례의 가정 방문 중 두 차례는 전화, 이메일 등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인이 사건 이후 정부가 뒤늦게 해당 매뉴얼을 손봤지만 시행은 지난 10일부터 이뤄졌다. 그 사이 또 다시 입양 아동에 대한 학대가 발생했다. 개정된 정인이법도 입양 아동 학대를 막지 못했다.

개정된 아동학대 방지 특례법은 아동을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등 양형 기준을 높이고 아동학대 신고 시 조사·수사 의무화, 신고 의무 불이행 시 과태료 상향, 학대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 하는 내용이 포함했다.

이 밖에도 민간 입양기관의 입양 절차가 허술하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C 기관은 2017년 성범죄 경력이 확인된 입양 신청인에 대해서 ‘양친 자격이 있다’고 판단해 복지부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마다 땜질식 법이 통과되고 있다”며 “사후 대책 이외에도 입양 시스템 전반 등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정인이 사건 이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정인이법은 입양 절차를 손 보는 법이 아니라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인이법은)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가해 부모와 아동을 즉각 분리한다고 했지만 학대 아동을 돌볼 인프라를 법적으로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며 “제도적 뒷받침 없이 땜질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 덧붙였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입양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 입양기관에게 입양은 곧 수익 사업”이라며 “입양 가정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 없이 입양을 얼마나 많이 보내는가가 민간 입양기관에는 관건”이라고 비판했다.

노 교수는 “실제 입양 부모 상담 사례 중, 기관에서는 만 1세 이상 아동을 원할 경우 시설에서 직접 찾아보라고 하는 일도 있었다”며 “기관이 부모와 적합성을 판단해 입양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부모가 아이를 고르기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6시께 A씨 부부가 입양한 B양이 자택인 경기 화성시 인근의 한 병원에 의식불명 상태로 실려 왔다. B양에게서 뇌출혈과 함께 신체 곳곳서 멍이 발견되자 의료진은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A씨를 긴급체포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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