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윤여정의 열린 사고, 독창성 배워야”
윤석열도 단골메뉴…몇몇 “낡은 정치” 비판
한국의 배우 윤여정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때아닌 ‘윤(尹) 씨’ 마케팅을 하고 있다. 배우 윤여정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인공들이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당권주자 가운데 먼저 윤여정을 거론했다. 경륜을 강조하면서다.
5선의 주 전 원내대표는 최근 라디오에서 당내 세대교체론을 내걸고 초선 의원들이 진격하는 데 대해 “윤여정 선생은 연세가 70이 넘었어도 (국제 영화제에서)상을 받았다”며 “나이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만 73세 나이의 윤여정이 지난달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일을 상기시킨 것이다.
주 전 원내대표는 “숲에 작은 나무도 있어야 하지만 거목, 노목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노장청이 어우러져 장점을 발휘할 때 당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초선 당권론을 내건 김은혜 의원은 지난 17일 라디오에서 “윤여정 선생은 젊어서부터 연기를 잘했다. 20대 초반에 데뷔작 ‘화녀’로 이미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며 중진 당권주자들이 경험을 강조하는 데 대해 “어떤 경험인지가 중요하다”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또 페이스북에서 “윤여정 선생이 연세가 많아 상을 받은 게 아니듯, 핵심은 역량과 비전”이라며 “칠순 넘은 나이에도 독립영화 출연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린 사고와 독창성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키도 했다. 본인의 도전 정신을 부각시킨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이었던 지난달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신분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내리고 있다. [연합] |
18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권주자 상당수는 ‘윤석열 마케팅’도 이어가고 있다.
주 전 원내대표는 최근 당 전·현직 의원 모임인 마포포럼 강연에서 “(내가 판사였을 때)대구지검에서 3차례 근무한 인연으로 자주 만났다”며 “서울에서 사는 집도 같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KTX에서 만나 (윤 전 총장을)대구지검까지 태워준 적도 있다”고 했다. 또 “윤 전 총장이 간접 채널로 우리 당과 함께 한다는 뜻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윤 총장 시절 검사직을 내려놓은 김웅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과 개인 인연으로 따지면 지금 있는 후보 중에 제가 가장 가깝다”고 했다.
그는 사표를 쓴 날 윤 전 총장과 만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사직하는 날 마지막으로 윤 전 총장을 뵙고 나왔다”며 “그때 윤 전 총장이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제가 ‘제 걱정할 때가 아니다. 총장님 걱정이나 하십시오’라고 했다”며 “그러자 윤 전 총장이 웃으시더라”고 덧붙였다.
몇몇 주자는 윤 전 총장을 앞세워 자강론의 비전도 피력한다. 윤 전 총장이 언제든 올 수 있는 매력적인 정당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출마 여부를 최종 저울질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개인적 인연이나 관계를 놓고 저도 언급할 수 있는 게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윤 전 총장이 찾을 수 있는 당으로 만드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홍문표 의원은 “우리 당이 자강하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이름이 거론되는 일 자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김은혜 의원은 “아직 정치 참여 선언도 하지 않은 사람과 스치고 들은 인연까지 동원하는 정치는 낡은 정치”라고 비판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적합도 상위권에 오른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윤 전 총장과의 친소 관계를 내세운 후보와는 연대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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