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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메리츠의 배당축소 미스테리…우선주 TRS를 주목하라
지주·증권·SPC 차입형 자본 확충
지배력 유지하며 출자규제도 회피
주가 하락하며 보통주 전환 제동
현금배당 자제해야 現 구조 유지
주총서 추가발행 준비까지 마쳐

인간은 보통 자기 이익에 충실하다. 한비자(韓非子)는 어떤 일이 벌어진다면 반드시 이익을 보는 이가 있기 마련이라고 가르친다. 어떤 일의 처음부터 끝(自初之終)을 이해하려면 과연 누가 이익을 보았는가를 따지는 게 좋은 방법이다. ‘유반(有反)’의 지혜다.

메리츠금융그룹의 느닷없는 배당축소 발표 이유가 미궁 속이다. 왜 굳이 주가를 떨어뜨릴 주주정책을 내놨는 지에 대한 이유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서다. 회사 측이 굳이 밝히지 않는다면 그 어떤 풀이도 정답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합리적 추정을 해볼 여지는 있다. 이번 주가하락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이나 손해를 줄인 이들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이해관계자들이다.

2017년 6월29일 메리츠증권은 8종류의 RCPS를 발행한다. 총 7480억원 규모다. 재무적투자자(FI)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가 우선주를 인수하지만, 수익기회와 손실위험은 메리츠금융지주가 부담하는 총수익맞교환(TRS) 구조다. 메리츠금융이 메리츠증권에서 우선배당금을 받고 SPC에는 약정된 고정 수익만 지급한다. 메리츠증권이 상환의무를 불이행해도 메리츠금융이 대신 갚는다. 차입으로 자회사 자본을 확충하는 효과다. 특히 법적 출자자가 SPC여서 이중레버리지(자회사 출자한도) 규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현재 메리츠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1% 수준으로 2등급이다. TRS가 아닌 직접 출자를 택했다면 3등급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RCPS는 말 그대로 ‘전환’ 보다는 ‘상환’이 우선이다. 1,2차분 1980억원도 보통주로 전환되지 않았다. 메리츠증권은 이익잉여금을 활용해 현금 상환했다. 3차분부터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2019년 주가가 전환가액인 4600원을 넘어서면서 1100억원 가운데 547억원이 보통주로 전환됐다. 그런데 2년여 만인 올 4월말부터 주가가 급등하며 다시 잔여물량 전환신청이 쇄도한다. 지난 14일 배당축소 방침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3차분 RCPS 전환가액인 4600원을 밑돌게 된다.

주가가 하락하지 않았다면 1000억원 규모의 4차분도 전환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우선주가 보통주로 바뀌면 SPC가 실소유주가 되고, 배당수익도 모두 가져간다. 메리츠금융 입장에서 TRS 효과를 누릴 수는 없게 된다.

메리츠증권의 주가상승 이유는 가파른 실적증가와 높은 배당성향이다. 고배당은 우선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2020년 현금배당수익률은 전년의 5%보다 늘어난 8.3%이다. SPC에 우선배당율은 4차가 3.9%, 5~8차도 5% 미만이다. 메리츠금융은 증권에서 8.3%를 받아 SPC에 고정수익을 지급하고도 3%포인트 이상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

RCPS 5~7차분은 지난해 6월 말부터 상환이 가능해졌다. 8차분은 올 6월말부터 상환이 가능하다. SPC 입장에서 현재 조건이 불리하다고 판단된다면 메리츠증권에 3400억원의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 배당을 줄이면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조정호 회장의 현금수입이 줄어들겠지만, RCPS의 대규모 상환요구 압력도 낮출 수 있다. 전환가액이 9200원인 5~8차 투자자들은 메리츠금융에 유리한 현금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주가가 높아지는 게 더 나은 거래환경이다.

TRS에 응해줄 투자자들이 충분해야 향후 사업확장을 위한 자본조달에 대한 조 회장의 부담이 줄어든다. 메리츠증권의 초대형투자은행(IB) 도약, 메리츠화재의 IFRS17 대비에는 모두 자본확충이 중요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수권자본금을 10억주에서 20억주로 늘렸다. 발행주식수가 이미 7억3000만주에 달한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잔여배분식우선주라는 새로운 형태의 종류주식 발행근거도 정관에 추가했다. 기존 우선주를 대체할 새로운 우선주를 발행할 준비를 갖춘 셈이다. 물론 TRS 활용도 가능하다.

메리츠화재는 놔둔채 메리츠증권만 배당축소를 발표했다면 시장은 더 ‘난리’가 났을 지 모른다. 마침 메리츠화재도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며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배당을 줄이고 자본을 보강한다는 주장이 전혀 엉뚱하지는 않다. 메리츠금융도 화재와 증권의 배당이 주수익원이다. 자회사가 배당을 줄이는 데 모회사가 기존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다. 주력 3사의 배당축소가 그룹 차원의 큰 그림이라고 한다면 특정 회사 주가를 떨어뜨리려 했다는 조작의혹도 피할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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