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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제맥주 면허만 154개…영세 업체는 고사 직전[언박싱]
코로나로 유흥채널 매출 최대 90% 급감
편의점·마트 진출한 대규모 업체만 ‘수혜’
생맥주 주세 경감도 끝나…가격 인상에 더 외면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수제맥주가 전체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제2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 시장을 개척한 영세 수제맥주 업체들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시장 확대의 ‘과실’이 소매업체에 납품이 가능한 대형 업체들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2년간 이어 온 생맥주 주세 경감 대책 마저 올해 말로 일몰되면, 캔맥주나 병맥주를 생산할 만한 역량이 없는 영세기업들은 줄도산 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28일 한국수제맥주협회가 최근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대형마트 등 소매업체에 납품을 하지 못하는 영세 수제맥주 업체들은 지난해 매출이 최소 50%, 최대 90%까지 감소했다. 절반 이상의 업체들은 직원들에게 휴직을 권고했고, 일부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영세 수제맥주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맥주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흥용 시장은 죽고, 가정용 시장만 잘되는 등 지각변동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력한 방역지침이 1년 이상 지속되자 주로 유흥용 맥주만 납품하던 영세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영세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캔맥주나 병맥주 생산이 사실상 어렵다. 대신 자사가 운영하거나 납품 계약을 맺은 일부 펍(Pub)에 생맥주 형태로 납품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흥시장이 어려움을 겪자 판로를 잃은 영세 업체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유흥용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525억원에서 362억원으로 31% 급감했다. 수제맥주에서 유흥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33%로 쪼그라들었다.

영세 업체들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년부터 생맥주에 대한 세금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2019년 맥주에 대한 주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논의를 진행하면서 주세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맥주에 대해 2년간 주세를 20% 경감해 준 바 있다. 이 정책의 일몰 기한은 올해 말로, 내년이면 영세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생맥주의 주세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주세 상승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수제 생맥주를 찾는 고객들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박정진 한국수제맥주협회장(카브루 대표이사)은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돕는 긴급 조치를 하고 있지만, 맥주 제조를 겸하는 영세 수제맥주 업체들은 업체의 특성상 소상공인에 해당하지 않아 영업 손실을 거의 보상받지 못했다”며 “양극화하는 수제맥주 시장에서 영세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해 생맥주 주세 경감 조치를 연장하거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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