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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땜질에 또 땜질…임대사업자 수난시대 [부동산360]
2017년 정책 발표 후 손질만 계속
민간임대 활성화 장려에서 규제로
비아파트 등록임대도 폐지 수순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알짜전세 사라지나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가 ‘정책 불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장려’에서 ‘규제’로 틀면서 수차례 땜질이 이뤄지고 사실상 제도 폐지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를 믿고 따랐던 임대사업자들은 오락가락 정책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와 집값 상승의 책임을 엉뚱한 곳에 돌리고 있다며 반발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임대사업자 제도 축소가 ‘반값 전세’의 씨를 말리면서 임차인의 주거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임대등록사업 제도 개선 방안’에서 건설임대는 유지하되 매입임대는 신규 등록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은 등록 말소 후 6개월간만 인정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은 의무 임대기간 이후 바로 없앤다는 방침도 내놨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에서 아파트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하고 기존 등록자는 의무임대기간 종료 후 자동 말소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정책 대상을 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로 넓힌 것이다. 매입임대는 임대사업자의 등록임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의 폐지를 추진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며 등록을 장려했던 이 제도가 다주택자의 세금 회피 수단이 되고, ‘매물 잠김’을 유발해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당장 주택 공급을 늘릴 묘안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이런 내용이 발표된 후 고령 은퇴자 등 생계형 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특위는 한발 물러섰다. 생계형에 대해서만 예외를 두거나, 비아파트 임대사업자의 신규 등록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에 땜질이 가해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는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며 2017년 8·2 대책에서 임대주택 등록 유도책을 예고한 뒤, 그 해 12·13 대책에서 임대사업자에게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임대사업자는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의무기간 동안 임대료를 직전 계약보다 5% 이상 증액할 수 없는 전셋집을 내놓게 된 것이다.

정부는 1년 만에 정책 기조를 뒤엎고 9·13 부동산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의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종부세 혜택을 축소했다. 집값이 치솟고 그 배경에 다주택자의 투기 수단으로 변질한 이 제도가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같은 해 12·16 대책에서는 임대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하고 취득세·재산세에 가액기준을 추가해 세제 혜택에 제한을 뒀다. 지난해 7·10 대책 때는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매입 임대(8년) 제도를 폐지했다.

임대사업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필요할 때는 갖은 혜택을 주며 유혹하더니, 이제는 집값 불안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등록임대사업자와 일반 임대인 등으로 구성된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정부·여당은 임대사업자가 아파트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근거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임대사업자들이 자의·타의에 의해 사업자 지위를 포기하면 임대사업 기간 중 유지했던 저렴한 임대료는 현재 시세에 따라 폭등하게 될 것이고, 이는 집값 상승도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알짜 전셋집이 빠른 속도로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대사업자 전세물건은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되기 전부터 임대료 인상이 제한됐다는 점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고 임차인의 선호도도 높다.

최근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취합한 전국 등록임대주택 92곳의 평균 전셋값은 3억514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단지 내 일반 전세의 평균가격인 4억9765만원과 비교하면 1억9251만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 운영 축소가 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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