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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달까지 가려면...모험과 위험

“문자 그대로 일확천금을 꿈꿨다. 월급만으론 부족했다. 내게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소설 ‘달까지 가자’는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기업에 입사하고도 삶이 팍팍한 20대 여성 3인방의 가상자산 투자기를 그렸다. 투자자 사이에 급등을 뜻하는 은어 ‘달(moon)’을 차용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들은 ‘떡락(시세 폭락)해도 존버(아무리 어렵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버틴다는 의미)’하며 달까지 가고 싶어한다. 이 책은 4월 출간 이후 5만부 이상이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월급만으로 부족한 청춘이 소설 속 인물뿐일까.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는 이제 상대적 빈곤을 피하기 위한 필수가 됐다. 문제는 값이 급등하면서 놓치기 쉬운 위험에 대한 인식이다. 특히 규제가 없는 자산으로의 투자는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위험관리가 어렵다. ‘존버’가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코인 상장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밤사이 기습 폐지도 나오면서,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한 코인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거래소 등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나 교환을 중개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따라 거래소들도 잡코인 걸러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트코인 외 알트코인의 개수만도 7000여개에 달한다.

한동안 더 많은 코인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어떤 코인이 퇴출당할지는 예측이 어렵다. 가상자산 거래소별 상장폐지 관련 규정이 제각각으로 운영되다 보니 특정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더라도 다른 거래소에서는 거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무법지대인 셈이다.

최근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미래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제반 요건을 모두 따져보면 지금으로선 금융의 영역으로 인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가상자산 상장폐지 목록을 보는 것은 ‘시장 상황 파악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당국이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도 없다.

가상자산은 유동성만 공급된다면 단기간 값이 올라가기 매우 좋은 구조다. 시장이 24시간 돌아가고, 소수점 거래도 가능하다. 반면 주식처럼 공시 의무나 과도한 가격 변동을 제한하는 규제도 없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연기하면서 ‘비트코인은 얼마나 투명한가’라고 시장에 질문을 던졌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가상자산 관련 강의를 해 우호적인 입장이라고 알려졌던 그도, 정책수장이 되자 위험관리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다.

‘달까지 가자’의 주인공은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스스로에 대해 “위험은 우려, 모험은 무릅쓰는 것. 위험과 모험 사이 어딘가 우리 셋이 점점이 앉아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투명한 시장에선 위험인지 모험인지 파악이 어렵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 투자의 원칙이라지만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선 그저 하이리스크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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