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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질 게 터졌다”…피로감만 키운 ‘윤석열 전언정치’ [정치쫌!]
‘첫 영입’ 대변인, 열흘만에 사퇴…사실상 경질 관측
주말 새 ‘X파일’ 논란도 확산…與뿐만 아니라 野서도
“전언정치 기간 너무 길었고, 전언자도 너무 많아”
“준비 안 된 대선주자의 고육지책…촌극이자 참사”
윤석열 리더십 우려도 제기…“내부 소통능력 의문”
“등판시간표 빨라질 수도…직접 나서 정면돌파해야”
윤석열(가운데)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대권 도전 선언을 앞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첫 영입인사였던 이동훈 대변인이 캠프 내 메시지 혼선 끝에 열흘 만에 사퇴하는가 하면,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논란이 여의도 안팎에 확산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측근, 대변인을 통한 윤 전 총장의 ‘전언정치’가 끝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사퇴 이후 3개월여 넘는 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측근발(發) 보도가 쏟아지며 국민의 피로감만 키웠다는 평가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21일 헤럴드경제에 “전언정치가 너무 길었고 전언자가 너무 많았다”며 “전언정치는 ‘(정치인의) 생각이 무엇이냐’에 대한 유권자의 궁금증을 본질적으로 해소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기간이) 짧아야 한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역시 “(전언정치는) 준비 안 된 대선주자의 고육지책이었다고 본다”며 “준비 안 된 대선후보(윤석열)와 과욕이 넘친 대변인(이동훈), 야권의 대선주자 부재가 겹친 ‘촌극’이자 ‘참사’”라고 꼬집었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측근이 내놓는 ‘전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특히 정치전문가들은 ‘X파일’ 자체보다는 ‘길어진 전언정치’를 윤 전 총장 위기의 원인으로 꼽는다. 측근, 대변인을 통해 일방적인 메시지만 전달하는 현재의 소통 방식으로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간접 소통으로는 ‘X파일’로 대변되는 리스크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야 하는데 대변인부터 두는 것도 우스꽝스러웠지만 측근도 너무 많았다”며 “전언정치, 측근정치는 다시 말해 익명을 전제로 움직이는 ‘비선정치’다. 윤 전 총장이 투명성이 기본 전제인 ‘공정’을 내세운 것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과 지난 20일 임명 열흘만에 전격 사퇴한 이동훈 전 대변인. [유튜브 ‘이동훈의 촉’·연합]

실제로 이 같은 피로감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여론조사기관 PNR리서치가 미래한국연구소와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성인 1003명에게 조사한 결과,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적합한가’는 설문에 윤 전 총장은 33.9%의 지지를 얻었다.

여전히 여야 대선주자 중 1위지만 불과 1주일 전 같은 조사에서 39.1%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5.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대변인이 사퇴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의 리더십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다. 전날 오전 이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대변인으로 임명된 지 열흘, 공보업무를 시작한 지 불과 엿새 만의 일이다.

비슷한 시기에 임명된 이상록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이 18일 저녁 두 대변인을 만나 앞으로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잘하자며 격려했지만 이 전 대변인은 19일 오후 건강 등의 사유로 더는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입당 관련 메시지에 혼선을 빚은 것을 들어 ‘윤 전 총장이 이 대변인을 사실상 경질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대변인의 황망 사퇴는 윤 전 총장과 그 주변의 내부 소통능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며 “윤 전 총장이 사람을 끌어안고 지휘해서 같이 가는 소통, 리더십 계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황 평론가 역시 “이동훈 대변인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를 말했는데, 이후에 이상록 대변인이 ‘(이동훈 대변인이)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둔다고 했다”며 “책임을 (이 대변인에게) 미루는 전형적인 문재인식 화법이다. 윤 전 총장이 아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윤 전 총장 본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정면돌파’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르면 이달 말 정치 개시 선언을 준비 중인 윤 전 총장은 이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영입을 알리며 분위기 수습에 나선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윤 전 총장의 등판시간표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엄 소장은 “이번 사태가 윤 전 총장을 링 위로 빨리 끌어내는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아웃복싱하다 보면 얻어터지기 십상이다. 안팎으로 (윤 전 총장을) 공격하는 만큼 빨리 자신을 보호할 세력을 만들지 못하면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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