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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오네트의 고향 체코, 400개 극장, 인형극 브로드웨이들
외세 침탈 속 체코어를 지켜내는 보루
신화에서 민담으로, 흐루팀 공연여행 두툼
플렌 인형박물관, 예술·기술 속 인문학 흡입
남부 보헤미아의 프라하티체에선 역사공부
8월 29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교류전
한국서 커스터마이징한 필스너맥주의 고향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살아있는 예술, 인형극 마리오네트는 지난 수 세기 동안 체코 국민의 정체성을 지키는 한편,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체코인의 친구다.

2016년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이제 세계인이 사랑하는 아이콘이 된 마리오네트는 인간과 예술이 함께 만들어낸 ‘인격체’로 인식되고 있다.

체코에는 마리오네트 독립극단 약 100개와 아마추어 극단 약 300개가 체코 내 마리오네트 전문 공연장 9곳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체코관광청은 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문화교류전시로 마리오네트전에 열리고 있음을 전하면서, 한국인들이 코로나블루를 이겨낼수 있도록 마리오네트에 관한 정보와 사진을 공유했다.

나무인형의 비밀-마리오네트

체코 마리오네트 인형극은 19세기에 활약을 펼쳤지만, 사실은 그보다 100여 년 전에 이미 공연이 시작됐다.

마리오네트 인형 조종사들은 체코 전국 각지를 떠돌며 유랑공연을 펼쳤다. 당시는 헝가리-오스트리아 제국에 의해 모든 공연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도록 강요받던 시절이다.

하지만 마리오네트 공연을 펼치던 극단은 기어코 체코어를 사용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체코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공연 내용도 성경을 떠나 민중의 삶이 담긴 문학이나 민담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인형 조종사들은 마리오네트에게 영혼을 불어넣는 일에 대해 자긍심을 가졌고, 이는 대를 이어가며 전승하는 원동력이 됐다.

마리오네트는 모두 직접 제작하는 수작업 예술이다. 바로크 스타일 조각이나 체코 시골 고유의 민속 조각품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조종사들은 줄로 움직이는 인형의 뻣뻣한 움직임과 사람이 내는 다양한 음성 표현을 결합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 캐릭터 카슈파렉(Kašpárek)과 악마, 왕, 공주 등이 마치 살아있는 배우처럼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며 인기를 끌었다. 과거 마리오네트 공연이 대부분 전통적 스토리였다면 요즘은 어린이들을 위한 예술, 교육적 공연이 늘었다.

반전반핵의 메시지가 담긴 프라하 존레논의 벽에서도 인간됨을 소재로 한 체코인들 예술 지향성을 느낄수 있다.

현재 체코의 인형극은 민속극이나 아마추어 공연, 그리고 독립 극장과 공연장에서 상영되는 프로 공연 등 크게 2가지다. 20세기 후반에는 전통 인형극에서 탈피, 어린이를 위한 TV 시리즈나 애니메이션으로 범위를 넓혔다.

17세기 르네상스 양식 건물과 거리가 오롯이 남은 옛 도시 흐루딤(Chrudim)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마리오네트 인형들과 극장 및 무대 소품들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그저 관람뿐 아니라 박물관 내 놀이 공간에선 다양한 마리오네트 인형들을 직접 조작해 볼 수 있다.

흐루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클라드루비 나트 라벰(말 사육소) 등 다양한 유적이 많은 파르두비체(Pardubice)의 2대 도시다.

필스너 맥주가 최초로 탄생한 서부 보헤미안 플젠의 인형 박물관에도 마리오네트의 발자취를 훑어볼 수 있다. 입장 순간 곧장 동화의 세계로 빠져들고 체코 인형극이 어떻게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 느낄 수 있다.

특히 민중적 정서에 깊게 뿌리내린 체코 마리오네트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열정적 공연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세계적 인형 아티스트 2명이 플젠에서 활동했다.

체코인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요세프 스쿠파(Josef Skupa)는 부자간의 재미난 대화를 담은 인형극 ‘스페이블과 후르비넥(Speibl &Hurvínek)’으로 1920년대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스쿠파는 여러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에다 기발한 상상력과 유모를 통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플젠

1930년 스쿠파는 플젠에 새로운 장르의 마리오네트 전용 극장을 설립했고 5년 후엔 프라하에도 또 다른 극장을 열었다.

또 다른 유명 아티스트이면서 인형제작자인 이지 트른카(Jiří Trnka) 역시 플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트른카는 인형 디자인뿐 아니라 동화책 삽화가였다. 그의 책은 다른 국가의 언어로 번역됐고 세대를 아우르며 지금껏 인기를 얻고 있다.

플젠의 인형 박물관에는 인형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자세한 방법들을 배울 수 있는 다목적 홀이 있다. 귀엽고 매력적 인형과 조금 더 깊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가족 인형극장을 대여할 수도 있다.

플젠 인형 박물관은 세계 최초로 가족 인형극장 대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족 극장은 15개 동화 속 캐릭터 시리즈, 4개의 각기 다른 환상적 무대 세트를 대여해준다. 집이나 파티 장소에서 가족 극장을 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남부 보헤미아의 프라하티체(Prachatice)에서도 전시회를 통해 마리오네트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전시회는 가장 오래된 인형극에서부터 가족이나 협회 또는 전문 인형사 그룹까지 체코 마리오네트의 역사 이야기를 다룬다. 체코 전통 속 악마나 카슈파렉 외에도 유명한 체코 예술가들의 걸작을 따라 만든 인형들도 찾아볼 수 있다. 전시 중인 컬렉션들은 프라하 국립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리오네트를 만날 수 있다. 현재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선 지난 6월 4일부터 8월 29일까지 ‘나무 인형의 비밀–체코 마리오네트’ 국제교류전시를 진행 중이다.

체코 마리오네트 인형 전시

관광 방문 등 교류가 어려운 상황 속, ‘흐루딤 인형극 박물관(Chrudim Puppetry Museum)’이 귀중한 유물 156점을 보내온 덕이다.

전시는 주한 체코대사관, 체코문화원, 서울역사박물관, 흐루딤 인형극 박물관, 체코문화부 그리고 체코 외교부가 함께 진행했다. 전시는 무료로 운영하고 있지만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 운영 방침에 따라 사전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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