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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빅테크 금융진출…쏠림의 부작용은 경계해야
IB·사모펀드 등 규제 완화
취지와 다른 부작용도 낳아
플랫폼의 배타적 이익추구
소비자에 다시 부담될수도

“현명한 사람은 천 가지를 생각하지만 그 중에 반드시 한 가지는 놓치는 일이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반드시 한 번은 얻는 것이 있다”(知者千慮 必有一失, 愚者千慮, 必有一得)

사기 회음후 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연(燕)나라를 무력으로 공략하려던 한신을 말리는 과정에서 이좌거라는 책사가 계책을 내놓으며 한 말이다. 아무리 명장이라도 완벽할 수는 없으며, 평범한 사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 묘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달 초 감사원이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내놨다.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나 처벌은 이뤄졌지만, 금융당국이나 국책· 공공기관의 책임을 체계적으로 따진 것은 감사원 감사가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으로 감독·검사를 하지 않았고, 예탁결제원과 기업은행 등이 수탁사 임무를 소홀히 한 사실 등 그동안 제기됐던 드러났던 문제점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금융위원장에 대한 주의 조치다. 사모펀드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규제완화 과정에서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점들이 조목조목 나열됐다.

금융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 제1조는 목적이다. 크게 나누면 △금융산업 선진화 △금융시장 안정 △건전한 신용질서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慣行) 확립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 보호 등 4가지다.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 금융위는 지난 정부들에서 특정분야 육성 정책들을 내놨다.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할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한다며 증권사 규제를 풀었고, 자산운용 시장 활성화 한다며 사모펀드 규제를 풀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초대형IB들이 중소기업 투자보다는 부동산에만 열중하고, 자산운용사들은 사모펀드 사태를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규제 차익을 틈타 나타난 ‘나쁜 쏠림’이다.

현 정부에서 금융위는 금융과 디지털의 융합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금융소비자의 편익증진이 가장 큰 명분이다. 정부의 인허가 울타리 안에서 과점적 지위를 누려 온 기존 금융회사에는 경쟁과 혁신의 자극이다. 다양한 핀테크들이 등장했고 강력한 플랫폼을 가진 빅테크들도 영역을 넓혔다. 마침내 금융의 가장 본질인 ‘대출’을 다룬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 논란에서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들이 정면 충돌했다.

소비자 편익 증진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관건은 플랫폼이다. 금융위는 빅테크나 핀테크 등 소비자 접근이 쉬운 채널로 운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권은 빅테크 종속을 우려한다. 플랫폼이 출범되면 아무래도 금융회사는 지금보다 부담이 커진다.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만 잘못된 선택을 할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 플랫폼들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가장 유리한 쪽은 역시 빅테크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빅테크와 대형 플랫폼기업의 독과점 규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소비자 편익을 추구하며 빅테크의 시장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고, 이제는 오히려 그들의 불공정경쟁으로 소비자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공급자간 경쟁이 치열할 때는 이용자가 이익이지만, 경쟁에서 승리한 독점적 공급자가 등장하면 상황은 역전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을 견제할 강력한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반독점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미래 유망산업 지원은 정부로서 당연한 역할이다. 규제 완화가 규제 차익의 기회로 오용되면 안된다. 독과점은 경쟁을 제한하며,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분명 놓치고 있는 허점이 있을 수 있다. 꼼꼼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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