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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을 철학하는 시간...인문학 마음방역 ‘옐로 시티’ 장성
길고 둥근성 속에 안겨있는 모양새 長城
백양사·장성호수변·황룡강 노란빛 절경
필암·고산·봉암서원 등 인문학 유산 즐비
천혜 남창계곡·축령산 편백휴양림
‘뉴노멀 거리두기’ 건강 여행지 눈길
황룡강에서 비롯된 옐로우시티 장성엔 노랑색 꽃이 유난히도 많이 핀다.
축령산 편백숲
장성 남창계곡
백양사

누르황(黃)·용룡(龍) 황룡강이 21세기형 ‘옐로 시티’로 표현된 장성은 남도의 관문이다. 동-북-서 3면 경계선이 산으로 둘러쳐 있고, 지금의 호남고속도로가 뚫린 북서쪽 및 읍내 평지를 입암산성이 경계하는 형국, 길고 둥근 성(城) 속에 안겨있는 모양새의 고을이다. 그래서 장성이다.

그 속에, 장성호, 평림호, 함동저수지, 성산제 등 크고 작은 호수와 영산강을 만들어내는 양대 물줄기 중 하나인 황룡강이 있다.

못갖춘 마디가 없으니, 조선초기 전주 부윤(차관보급) 조종생은 “스스로 하늘을 이뤘다(山回水曲自天成:산회수곡자천성)”고 칭송했다.

백양사, 장성호수변길, 황룡강을 모티브로 ‘옐로시티’를 선포한 이후, 도시를 장식하는 노란꽃, 끊임없는 진리탐구의 상징 ‘이뭣고’의 백양사 절경, 축령산편백숲이 제 빛을 발한다.

춘추(春秋)는 노랑인데, 여름 청록은 단연, 북하면 신성리의 남창계곡이다. 내장산의 옥수가 남쪽에 이르러 시원스런 물줄기로 떨어지고 휘감아돌며 더위를 잊게 한다.

장성군은 최근 뉴노멀에 맞춰 안산둘레길을 개통해 국민이 편안하게 황룡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하며 걷기여행을 하도록 했다.

또 소설 홍길동 내용과 유사한 실존인물이 아치곡에 살았다는 고증에 따라 만들어진 홍길동 테마파크, 입암산성, 금곡영화마을, 반봉건-반외세 황룡전적 등 매력적인 여행지와 유산이 참 많다.

‘곳간에서 인심나고, 절경에 인재 난다’는 말 처럼, 장성은 조선 철학과 사상의 최고 성과를 낸 곳이다.

작은 고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필암서원 외에 고산서원, 봉암서원도 있다. 김인후는 필암서원에 배향됐는데, 동방에서 이름난, 조선의 손꼽히는 현자로 평가된다. 행주기씨 기대승은 장성과 한고을이나 다름없이 지내는 옛 광산군의 월봉서원, 월봉의 후손 기정진은 장성 고산서원의 주인인데, 각각 한국철학을 꽃피운 대가, 집대성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산은 산, 물은 물’이 자연철학의 상징이라면, 장성 백양사의 ‘이뭣고’(What‘s this?)는 진리탐구에 끝이 없음을 말해주는 법어다.

석가모니가 야전 들판에 단과 법석을 차려 난리가 났다면, 백양사는 중생 체감도 높은 법어가 입소문이 나면서 지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학(鶴)도 수천마리도 날아드는 바람에, 청정생태 절경 산수 지역이 난리법석된 케이스이다. 프로-아마추어 사진작가들 때문에 늘 산사법석인 곳이다.

전북 고창과 경계를 이룬 장성 축령산은 편백 휴양림으로 유명한데, 사단법인 생명의숲이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했다. 대국민 산림치유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장성 황룡면 아곡마을엔 ‘한국의 로빈훗’‘, ‘유토피아 디자이너’ 홍길동의 실제 모델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만들어진 ‘홍길동 테마파크’는 홍길동이 이루려고 했던 세상의 단면이 다 있는 듯 하다. 꽃밭, 분수대, 놀이터, 학술논문전시에다 4D영화관, 캠핑장, 풋살경기장 까지 있어, 자녀들이 부모 손 잡고 에듀테인먼트를 즐기기에 좋다.

물위에서는 수상레포츠가 물살을 가르고, 걸으면서 늘 호수·숲과 동행하고 장성호와 호반길, 여섯갈래 계곡이 다채로운 매력과 건강성을 흡입하는 남창계곡은 뉴노멀 거리두기 여행지의 전형이다.

장성에는 천연기념물 단전리 느티나무, 사적인 백자요지, 고대부터 지체높은 사람들이 살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천리 고분, 동학혁명의 자취 황룡전적 등 문화재도 많다.

특히 노송과 배롱나무의 조화가 일품인 요월정원림은 한국철학 최고 사상가 두 종가, 장성 행주기씨(기대성,기정진), 울산김씨(김인후)의 족적이 모두 서려있어 눈길을 끈다. 정각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이고, 2개의 방과 동쪽의 마루로 이어져 있어 평면 구조로 보면 정보다는 당(堂)에 가깝다는 평이다.

정자에는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의 시를 읊었다는 기록이 있고, 명현들의 시를 새긴 현판들이 많이 남아있다.

김인후는 ‘밝은 달은 툇마루에 마주쳐 희고, 가을빛은 눈에 서려 파랗구려. 이 날 밤 정자에 이 경치 보니, 한 세상의 부평(浮萍)이 가소롭구려’라고 했고, 기대승은 ‘술을 실은 배 끄니 풍색이 조용하고, 꽃을 심고 지팡이 잡으니 달빛도 밝네’라고 노래했다. 기정진은 요월정이 자꾸 훼철되는데 대한 아쉬움을 자신의 문집에 적어놓기도 했다.

시가 있는 공부방, 저녁이 있는 학문탐구생활, 낭만이 있는 자연주의 정치토론은 장성에서 더욱 풍성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장성은 ▷고려와의 의리를 지키면서 14~16세기 조선의 벼슬을 마다하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국방과학기술을 발휘하며 행주산성에서 대승하는데 기여하고 봉암서원에 배향된 변이중, ▷조선의 대표 청백리로서 임금이 그의 비문에 하나도 적지 말라고 해서 백비(白碑)를 세워준 박수량 등 많은 인물을 배출했으며, ▷세종대왕이 세자이던 시절, 역대 차기 군주들 중 가장 많은 공부를 시키고 경세제민의 탁월한 통치력을 가르치고 죽림서원에 배향된 이수(그의 아들이 남도에 세거)를 자랑스런 인물로 꼽고 있다.

장성은 천혜의 남창계곡, 백양사, 황룡강의 건강성을 흡입할 뿐 만 아니라, 필암·봉암·죽림·고산서원, 한동네 같은 이웃 월봉서원에서 마음방역 인문학까지 체화하는 곳이다. 겸양해서 이 보석들을 자랑하지 않은 것이 21세기 기준에선 옥의 티랄까.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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