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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가 일어나니까”…서경덕이 IOC에 항의서한 보내는 이유[피플앤스토리]
‘K-홍보전사’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인터뷰
“최근 도쿄올림픽 개최 이후 ‘욱일기=전범기’ 알리려 더 바빠져”
“코로나 끝나면 평창동계올림픽 때 ‘드론쇼’ 독도서 재현하고파”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가 최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 전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t스(NYT)에 실린 김치 광고를 보여 주고 있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FIFA(국제축구연맹)를 배워라.”

“IOC와 같은 국제기구는 공정해야만 한다. 편파적 행위를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어서 빨리 일본 측의 독도 표기를 삭제하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한국 위원을 제외한 전 세계의 IOC 위원 102명에게 최근 이 같은 메일을 보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실린 성화 봉송로 지도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표기된 점에 항의하고 올림픽 기간 내 욱일기 사용을 못하도록 제재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서 교수는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매체를 대상으로 독도, 군함도의 진실, 한국 역사와 문화 등을 광고로 싣는 등 ‘K-홍보’에 앞장서 왔다. 최근에는 2020 도쿄올림픽 개최 전후로도 한국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을 규탄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 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서 교수를 최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에서 만났다.

“‘욱일기=전범기’ 알릴 기회…‘日압박’ 국제 여론 만들어야”

서 교수는 “일본이 몇 해 전에만 해도 지도에 독도를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게 표시해 놔 이를 없애는지 계속 확인해 왔다”며 “순순히 없앨 턱이 없어 자연스럽게 확대해 봤는데 작은 점으로 남아 있더라”고 항의 메일을 보낸 배경을 설명했다.

서 교수는 다른 국제적 행사나 일본이 다른 국가를 대하는 태도들을 근거로 조목조목 들었다. 그는 28일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크림반도가 러시아 영토인 것처럼 묘사했다가 우크라이나의 항의로 수정된 사례를 들며, IOC 측에 항의했다. 그는 “‘도쿄올림픽조직위 측에 문의한 결과 독도 표시는 순수한 지형학적 표현이다’는 일본 측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IOC 측을 일갈했다.

또한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욱일기 분장을 한 응원단 사진이 교체되거나 201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 당시 서포터가 욱일기를 내건 책임으로 구단에 벌금을 부과했던 사례들도 예로 들었다. 서 교수는 “위 사례들은 FIFA가 욱일기를 전범기로 인정하기에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IOC도 FIFA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배워 올림픽 기간 내 욱일기 사용을 못하도록 강력한 제재를 해야만 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는 “FIFA와 러시아의 선례가 있는데 일본이 독도를 지도에서 수정하지 않는 것을 왜 제지하지 못하는지 IOC 위원장한테 당연히 항의해야 한다”며 “언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해서 IOC를 압박하는 국제적 여론을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가 최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서 교수는 늘 바쁘지만 이 같은 국제적 행사가 있으면 더 바빠진다.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는 시기를 역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수많은 언론들이 주목할 때 적극적으로 제보해 세계적 논란거리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때를 전 세계에 알려서 욱일기가 전범기임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 반년 후에 치러질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도 그의 큰 관심사다. 김치, 삼계탕, 한복 등이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하는 동북공정에 맞서기 위해서다. 서 교수는 “오랫동안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해 왔기 때문에 맞대응할 수 있었다”며 “세계화 시대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스스로 지켜야 하기에 누군가는 계속 소리 지르고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저들은 왜곡해도 된다고 착각한다”며 “다른 국가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정체성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더 잘 알아야 일본, 중국 등 이웃 나라의 왜곡에 정정당당하게 항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5년 NYT에 실은 ‘독도 광고’, ‘K-홍보’ 시작”

이렇게 서 교수가 ‘K-홍보’ 활동에 나서게 된 데에는 대학생 시절 유럽으로 떠났던 배낭여행이 밑거름이 됐다. 그는 “200여 개 국가 중 11위의 경제 대국이라고 배우며 자라 왔는데 막상 세계인들과 마주쳤을 때는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 혹은 북한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며 “한국의 존재감과 역사·문화를 세계인들이 이렇게 몰라서 되겠나”라고 했다.

20년 전 생긴 의문을 잊지 않고 간직한 서 교수는 인생의 항로를 ‘K-홍보’를 향해 조금씩 조금씩 움직여 왔다. 조경에서 시작된 공부가 건축으로 도시로, 도시 브랜드로, 국가 브랜드로 옮겨 가면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서 교수가 2005년 NYT에 독도 광고를 게재했던 때를 세계적 여론의 위력을 실감했던 변곡점으로 꼽았다. 당시 일본 시마네(島根)현에서는 ‘다케시마(竹島)의 날’을 조례로 지정했다. 다케시마는 일본이 독도를 일컫는 단어다. 아무리 일본 한 현(縣)의 조례라고 해도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에 서 교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광고를 떠올렸다. 그는 대학원 재학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았던 사비를 탈탈 털어 NYT 지면 6분의 1 크기의 광고를 자비로 게재했다.

서 교수는 “놀라울 만큼 많은 반응이 터져 나왔다”고 기억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연락이 왔고, 미국 콜롬비아대의 역사학 교수가 독도 사료들을 보내 달라고 했다. 그는 ‘이게 세련된 방식이구나’, ‘아무리 이야기해도 정신 못 차리는 이들에게 말하는 것보다 여론을 이용해야 한다’ 등의 생각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이후에도 서 교수는 비빔밥, 김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문화 콘텐츠 홍보물을 발굴했고,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나 영국 런던 피카딜리처럼 세계인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에 광고했다. 이제는 유튜브나 구글 등 세계적 플랫폼을 활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번역 기증하러 간 박물관서 한국어 듣고, 달라진 위상 체감”

적극적 홍보를 펼쳐 온 서 교수는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체감한 일화도 털어놨다. 전 세계 유명 박물관·미술관 등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이탈리어 등으로 통역된 음성 서비스가 있지만 한국어만 없던 점을 아쉽게 여긴 그는 약 20년간 한국어 음성 서비스를 기증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한국어 음성 서비스를 기증하러 간 박물관에 이미 한국어 서비스가 이미 갖춰져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 다 한국어 서비스가 있길래 자연스럽게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해당 박물관 측의 설명을 들었을 때 서 교수는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이처럼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서 교수가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게끔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그는 “일개 개인이 움직여서 바뀌겠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도 “민간에서만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고, 이들 역할이 점차 커지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가 최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서 교수가 민간이 나서야 할 일 중 하나로 꼽은 것이 바로 군함도 문제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위원회가 22일 일본이 한국인 강제 징용에 대해 알리지 않는 점을 비판하는 촉구하는 결정문을 채택한 것이 그 결실이다.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메이지(明治) 시대 산업유산 23곳 중에는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端島) 탄광 등 조선인 강제 노역 시설 7곳이 포함됐다. 등재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일본은 한국인 등 다수가 강제 노역을 한 사실을 알리는 정보센터를 세우는 등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6년이 지나도록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서 교수 역시 군함도 문제에 집중해 왔다. 그가 군함도를 간 것만 10차례가 넘는다. 일본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는지 계속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유네스코 산업유산 7곳 중에 강제 징용이 이뤄진 곳이라는 안내가 없다는 것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 유네스코에 꾸준히 제보했다. 서 교수는 “유네스코에서 일본 대표부에 자료를 전달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드론쇼’…코로나 끝나면 독도 상공서 하고파”

이처럼 한 달에도 두세 번씩 해외 출장을 다녔던 서 교수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는 또 다른 장벽이 됐다. 그는 “현장에 가서 체험하는 것만큼 최고의 방법이 없다”며 “직접 가지 않았더라면 세계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 한국어 서비스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고, 전광판 광고를 타임스퀘어에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코로나19 덕에 서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는 새로운 홍보의 장(場)에 대한 위력을 실감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만큼 한국 역사와 문화에 관한 영상을 많이 제작해 본 적이 없다”며 “행사에 쓰지 못한 비용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영상을 올리니 100만명씩 조회하는 것을 보고 온라인상에서 홍보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온라인 경험을 많이 했던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잘 활용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폭증하면서 서 교수가 계획했던 올해 광복절 기념 행사에도 차질이 생겼다. 그는 광복절에 맞춰 독도 동도와 서도 사이 상공에서 태극 마크나 ‘Dokdo of Korea’ 등의 문구를 보여주는 드론쇼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무산됐다고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때에 전세계인들의 뇌리에 박혔던 드론쇼의 배경을 독도로 옮기려는 구상이었다. 서 교수는 “언젠가는 그야말로 최고인 우리의 IT 기술로 드론쇼를 하고 영상을 담아 전 세계에 홍보하는 것, 그게 현재 제 가장 큰 목표입니다”라며 웃었다.

서경덕이 걸어온 길

▶1974년 서울 출생

▶서울 성남고 졸업

▶성균관대 조경학과 졸업

▶고려대 생명환경과학대학원 석사·박사과정 수료

▶독립기념관 독도학교 초대 교장

▶문화체육관광부 세종학당재단 이사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현)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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