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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일한의 住土피아] 집값 경고하면서 공급 대폭늘리기...부동산 정책은 ‘경착륙’ 유도 정책?
미분양 급증·건설사들 도산 우려
KDI, 집값 고평가 설문 내놨지만
작년 ‘2021년 상승 가능성’ 전망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부동산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에서 “주택가격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장 많은 비판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출범 때부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집값은 변함없이 올랐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집값 고점’ 발언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8·2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리겠다. 사는 집이 아닌 건 파시라”고 했다. 지난해 8월엔 국회에서 “다주택자, 법인이 매물로 내놓은 물건을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로 받아주고 있어 안타깝다”고도 했다. 집값이 곧 떨어질 것이란 경고였다.

하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다. KB국민은행 기준 2017년 8·2대책 발표 시점부터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48% 폭등했다. 경기와 인천을 합한 수도권 기준으론 41%, 전국 기준으론 26%나 상승했다. 김 장관의 말을 믿고 집을 판 사람은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이다.

사실 28일 정부측이 한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말로 주택 가격이 고점이어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의 “수도권 180만가구, 전국 205만가구 주택 공급계획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는 다짐은 허망한 계획에 불과하다. 수요가 없어질 텐 데 공급을 늘려서 어쩌자는 건가?

주택 매수세가 줄고 집값이 떨어지는 데 정부측 공언처럼 공급을 ‘지속적이고’ ‘획기적으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경제는 사이클이 있다. 주기적으로 상승기를 지나면 하락기가 반드시 온다. 그런데 하락 시기에 공급이 대폭 늘어나면 시장의 충격은 더 커진다. 그렇지 않아도 수요가 줄면서 위축되는 마당에 물량 폭탄이 가해지면 말 그대로 폭락 위험이 커진다. 하락 기간은 길어지고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도 있다.

당장 미분양이 급증한다. 건설사들은 도산 위기에 빠진다. 현재의 공공 주도 공급 계획이라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천문학적인 빚을 지게 될 것이다. 관련 산업도 줄줄이 위기에 빠진다. 소위 ‘경착륙’ 위험이다.

부동산은 경제·복지 등 전 영역에 걸쳐 연결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집값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폭락을 유도하지 않는다. 다른 분야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간 서서히 하락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쓴다.

정부가 집값 고점 근거로 내세운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조사 결과도 신뢰가 의심되긴 마찬가지다. 홍 부총리는 “최근(7월 22일) KDI에 부동산 전문가 패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응답자의 94.6%가 현 주택가격 수준이 고평가되었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런데 설문 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시사점이 많이 다르다. 특히 ‘주택가격이 조정된다면 그 폭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란 설문 결과를 보면, 정부가 정색을 하며 하락 가능성을 경고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질문에 100명의 전문가 중 가장 많은 29.7%는 ‘5%이내 하락’이라고 답했다. 5~10% 하락이라고 한 사람들은 23%로 그 뒤를 차지했다. ‘보합권’(14.9%)을 기록할 것이란 답변도 꽤 많았고,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상승세 둔화’(13.5%)라고 답한 전문가도 있었다.

홍 부총리 말처럼 대부분 전문가들이 집값이 비싸다고 판단하고 있긴 하지만, 하락 가능성에 대해선 80% 이상 전문가가 ‘10% 이내’ 수준이거나, 변동없는 ‘보합’이나 ‘상승세 둔화’ 정도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KB국민은행 아파트값 조사 기준 당장 올해(1~7월)만 전국 11.64%, 수도권 15.13% 오른 상황을 염두에 두면, 심각한 하락 전망은 아니란 이야기다.

사실 KDI는 지난해 11월 2021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올해 집값이 유동성 증가 때문에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통화량이 1% 늘어날 경우 주택 가격은 네 분기에 걸쳐 0.9% 상승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실증 분석 결과 통화량 증가는 주택가격을 단기적으로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주택시장은 공급이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못해 통화량 증가가 단기적인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 공급이 단기간 늘지 않는 상황에서 통화량이 늘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DI 분석 결과를 고려하면 여전히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5월 평균 통화량(M2 기준)은 3385조원으로, 4월보다 21조4000억원(0.6%) 늘었다. 1년 전(작년 5월)과 비교하면 M2 절대 규모가 11.0%(319조) 많다. 건설부동산부 팀장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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