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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만 지원하는 게 다가 아닌데”…또 발생한 빈곤층의 죽음[촉!]
서울 화곡동 연달아 기초생활수급자 사망사고
사망자에 배정된 지원금 월 68만원 불과
현장 모니터링은 분기 1회~연 1회 ‘전부’
15명이 1500가구 관리…현실적 인력 문제도
“경제적 지원 늘리고 유대적 관리도 강화해야”
3일 기초생활수급자가 사망한 채 발견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다세대주택 인근의 4일 모습. 신혜원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신혜원 수습기자] 3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기초생활수급자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지난달 같은 동네에서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 사망한 채 발견된 지 한 달만이다. 일각에서는 생계를 연명하는 수준의 경제적 지원에 머무른 현재 복지시스템 아래 발생한 불상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헤럴드경제는 사망자가 발견된 화곡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찾아갔다. 그가 살던 집은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된 모습이었다. 계단에는 균열이 보였으며, 그의 집 앞에는 어디에 썼는지 모를 양동이만 잔뜩 쌓여 있었다.

사망자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관할 주민센터에 따르면 그에게 배정된 지원금은 생계비, 월세, 의료비 등을 포함해 월 68만6190원에 불과했다.

화곡동 일대는 사망자와 같이 저소득층이 밀집, 거주하는 곳이다. 그의 집에서 불과 50m 떨어진 집에서는 지난달 기초생활수급자 일가족 3명이 숨진채 발견되기도 했다. 문을 열어 놓은 단칸방에서는 머리가 하얗게 샌 노인 홀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부채질을 해 가며 TV를 보고 있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씨는 “(사망자는)노숙자 같은 사람으로 기억한다”며 “지난주에도 그 사람에게 담배를 팔았다. 늘 담배, 술을 사 가곤 했고 낮에도 술에 취한 채 주위를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이 여기 한두 명이 아니다”며 “다세대주택에 돈 없는 노인들이 많이 산다”고 덧붙였다.

현지 주민인 B씨는 “빈곤층이 많이 살고 있음에도 여기가 복지 사각지대”라며 “돈만 지원하는 게 다가 아닌데, 구청에서는 인원이 없어서 그런지 제대로 나와 보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강서구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는 생계급여 1인 가구 무소득자 기준 최대 54만 8350원과 월세 최대 31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 밖에 의료비·수도·전기요금 감면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문 모니터링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연 1회, 반기 1회, 분기 1회 등으로 나눠서 시행하고 있다”며 “문제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면 연 1회, 생활·건강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분기 1회로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사자가 현장 방문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전화 상담으로 진행하고 있다.

방문 모니터링은 기초생활수급자와 빈곤 가정의 심리적·신체적 상태를 체크하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방문 모니터링이 자주 진행되지 않는 데는 인력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화곡동의 경우 복지 인력이 15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관리해야 할 기초생활수급 가구 수는 1500가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생계를 연명하는 수준의 경제적 지원, 유대적 관리 소홀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빈곤층의 죽음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의 문제는 기초수급을 받는다 할지라도 삶은 연명하는 수준의 지원만 할 뿐 다시 사회에서 재기할 수 있는 지원은 없다는 게 문제”라며 “고독사를 막기 위한 현장 방문을 해서 문제를 찾았다고 해도 이를 해결할 연계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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