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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편의점 캐시 찍어라”…본사 직원인 척 알바생 속인 보이스피싱 [촉!]
포스기로 발급 가능한 ‘편의점 캐시’ 한도 확인한다며 전화
카카오톡 가짜 프로필로 속여…수고비 지급 계좌번호도 파악
취준생 등 사회경험 적은 아르바이트생 피해 확산 우려

보이스피싱 이미지.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김희량 수습기자] 편의점 본사 직원을 사칭, 해당 매장의 돈을 갈취한 보이스피싱 사건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편의점 보이스피싱 사건은 소액 사기 사건이 많지만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어 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관내 한 GS25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A(25)씨를 속여 편의점 자금 50만원을 갈취한 보이스피싱 사기범 B씨에 대한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 중이다.

A씨에 따르면 7월 21일 오후 7시15분께 자신이 근무하는 편의점에 전화가 왔다. B씨는 전화를 받은 A씨에게 자신을 본사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포스(POS·판매정보시스템)기 작동을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확인해도 괜찮다는 점장의 허락을 방금 받았다. 매장 포스기 업데이트 방법을 알려줄 테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B씨는 “포스기로 얼마까지 영수증이 발생 가능한지 한도 체크를 하겠다”며 “포스기 안의 ‘편의점 캐시’ 항목에 들어가서 5만원짜리 영수증 10장을 뽑아 사진으로 보내라”고 했다.

편의점 캐시는 편의점을 통해 구입 가능한 사이버상품권이다. 고유 식별번호가 찍힌 영수증 형태로 포스기에서 출력된다. 영수증에서 볼 수 있는 이 식별번호는 온라인에서 포인트로 전환 가능해 이를 통해 알뜰폰 결제, 도서 구입, 게임 사이트 구매 등에 활용할 수 있다.

A씨가 편의점 캐시 영수증을 뽑자 B씨는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화질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카카오톡을 통해 사진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GS그룹 계열사를 배경으로 한 B씨의 사진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걸려 있어 A씨는 B씨가 정말 본사 직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7월 21일 편의점 본사 직원을 사칭해 해당 지점 아르바이트생의 돈을 갈취한 보이스피싱범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내건 사진. GS로고 오른편으로 직원으로 보이는 한 인물이 찍혀 있다. [제보자 제공]

편의점 캐시 식별번호를 확보한 B씨는 “아르바이트생들이 고생이 많으니 본사 재무팀에서 수고비 2만원을 주겠다”고 말하며 A씨의 계좌번호까지 추가로 확인했다.

A씨와 B씨는 같은 날 서너 차례 통화했다. 이후 점장과 통화가 된 A씨는 그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한 걸 알게 됐다고 한다.

A씨는 “하필이면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 오기 전에 본사 직원이 실제로 매장을 다녀가기도 해서 본사 직원이라는 보이스피싱범의 말에 더 신뢰성이 갔다”며 “애초에 편의점 캐시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영수증만 찍어서 보낸 건데 보이스피싱범이 이미 다 써 버려서 환불도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A씨는 현재 갈취된 50만원을 해당 편의점 매장 측에 물어줘야 한다. 그는 “50만원이라는 돈이 취업준비생에게는 너무나 큰돈이라 일부만 먼저 내고 나머지는 이후에 물어주기로 한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사건은 ‘편의점 캐시 한도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보이스피싱을 했다는 점에서 기존 방법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는 주로 편의점에 연락해 점주의 지인을 자처하거나 구글 본사 직원이라며 아르바이트생에게 판매 중인 ‘구글 기프트카드’ 식별번호를 파악한 뒤 결제대금으로 사용하는 사기 수법이 유행했다.

GS25 관계자는 “편의점 캐시를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더 파악하고 앞으로 비슷한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전파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발생한 피해로 매장 내 자금이 부족해져 우선 채워넣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경영주와 아르바이트생이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헤럴드경제DB]
raw@heraldcorp.com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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