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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완벽주의’ 독일과 ‘다이내믹’ 한국의 하모니

KIST 유럽연구소가 있는 독일 자르브뤼켄. 이 조용하고 아담한 도시에도 요즘 한류 열풍이 대단하다. 특히 BTS 팬이 많아지며 시가 운영하는 교양강좌에 한국어 강좌가 4개나 개설됐다고 한다. 인구 20만명 정도의 소도시가 이런 정도인데 다른 유럽의 대도시는 어느 정도일지 쉽게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KIST 유럽연구소는 1996년 자르브뤼켄에 자리 잡았다. 국내 정부 출연기관 중 첫 해외 진출 사례이자 유럽 내 유일한 한국연구소를 향한 국내 각계의 큰 기대와 응원 속에 지난 25년간 유럽 선진국의 첨단기술과 선진적인 연구환경을 습득에 최선을 다했다. 유럽 연구기관들과의 과학기술 교류와 공동 연구 확대에도 많은 힘을 쏟았다. 그중 특히 더 심혈을 기울였던 분야가 환경변화와 감염병과 같은 인류 공동의 문제다. 말도 낯설고 문화도 다른 유럽 현지에서 한국 과학기술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랐고 유럽 연구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도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수한 난관과 장벽을 통과한 현재, KIST 유럽연구소는 한류만큼이나 달라진 ‘K-R&D’의 위상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KIST 유럽연구소를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핀란드 이탈리아 등 7개국 전문가가 모인 코로나19 바이러스연구협의체다. KIST 유럽연구소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체 내 독성 발현 경로(AOP)’를 제시하며 국제 연구계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KIST 유럽연구소의 AOP를 통한 공동 연구 제안은 전 지구적 감염병 사태의 조속한 해결에 골몰하고 있던 세계 과학기술계의 큰 관심을 이끌어내며 국제적인 연구협의체 결성의 결정적인 지렛대가 됐다.

동물실험 금지가 확대되며 인체 및 환경 독성 평가가 점점 어려워지는 유럽 상황에 대응해 연구·개발 중인 물벼룩, 제브라피시 이용 차세대 동물대체시험법도 현지 연구자들의 큰 관심을 받는다. 또한 환경안전성 관련 OECD 국제활동에 한국 대표부로 참가해 전문가모임을 주도할 뿐만 아니라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우리가 개발한 미세먼지 모니터링기술의 실증사업이 한창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KIST 유럽연구소는 환경 관련 연구역량을 빅데이터, AI 등과 접목해 미래예측 가능성을 더욱더 높일 수 있는 기술개발에 온힘을 쏟고 있다.

이곳에서는 종종 “랑잠, 아버 지혀!(Langsam, aber sicher!)”라는 표현을 듣게 된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한다’는 뜻이다. 일이 늦어져 불편하더라도 완벽하게 해서 뒤탈이 없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매사에 완벽을 지향하고 무엇보다 신뢰를 중시하는 독일 사람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독일인들은 조금 무뚝뚝해 보여 처음 사귀는 게 쉽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친구가 되고 나면 온 마음을 내어주는 건 한국인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KIST 유럽연구소는 25년간 쌓아온 신뢰의 자산 위에서 독일의 선진 연구 시스템과 완벽주의, 한국의 강점인 스피드와 다이내믹함을 융합해 더욱 시너지 높은 첨단 연구·개발의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수현 KIST 유럽연구소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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