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경기지사직 선뜻 그만 못 둔 이유”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의 핵심 공약인 ‘기본 시리즈’를 홍보하는 국회 행사에 경기도 예산과 인력을 수차례 동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권에선 “이재명 후보가 현직 도지사로 도 자원을 선거 운동에 활용하는 ‘지사 찬스’를 누린 단적인 사례”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18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경기도 내부 문건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6월 국회 근처 호텔에서 주최한 ‘기본금융’ 토론회를 전후해 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작성, 도 경제실장 전결로 처리했다.
공문을 보면 행사에는 민주당 의원 19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이 후보 대선캠프의 핵심 참모였다.
이 후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능동 감시 대상자로 지정돼 불참한 데 따라 이용철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환영사를 대신 낭독했다.
경기도가 한 참석자의 서면 질의에 회신했다며 공문에 첨부한 이메일을 보면 “기본 대출은 국민 누구나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기본’ 시리즈 중 하나”라며 이 후보의 대선 공약을 직접 언급키도 했다.
공문에 따르면 이날 토론회의 소요 예산은 1200만원으로 쓰였다.
호텔 대관료 360만원,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한 포토월 설치 95만원, 포스터와 플래카드 제작 150만원, 자료집 발간 300만원 등이다.
또 이 후보와 주빌리 공동은행장을 지낸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발제자 2명에게 각 50만원, 토론자 3명에게 각 35만원의 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기재됐다.
전부 경기도 예산이다.
경기도 여러 부서가 토론회 2주 전부터 행사장 안팎을 챙긴 기록도 공문에 첨부된 ‘체크 리스트’에 포함됐다.
이 리스트를 보면 도 공무원들은 행사 6일 전 여의도에 포스터와 현수막을 설치했다. 5일 전 중앙 부처 등에 홍보 공문을 보냈다. 당일에는 이 후보 동선에 따라 움직였다.
김은혜 의원은 참석자나 토론 내용 등을 미뤄볼 때 대선 캠프 행사에 가까웠지만 준비와 진행, 뒷정리 등에 경기도 자원이 과도히 투입됐다는 입장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연합] |
지난 1월 같은 장소에서 이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본주택’ 토론회도 상황은 비슷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 도시주택실장 전결로 처리된 이 행사의 결과 보고서를 보면 캠프 핵심 참모 위주의 민주당 의원 20명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경기도는 결과 보고서에서 ‘기본주택을 위한 법령 개정 및 제도 개선, 국회 입법 협의 지속 추진’을 과제로 꼽았다. 사실상 이 후보의 집권 전후 계획을 거론한 셈이다.
이 외에 경기도는 지난 5월 ‘비주거용 부동산 공평과세 실현’ 토론회를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형식으로 진행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을 홍보하는 자리에 경기도민의 혈세가 투입됐다”며 “경기도가 이 후보의 홍보대행사로 활용된 격이다. 그가 지사직을 선뜻 그만두지 못한 배경 또한 이런 ‘지사 찬스’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