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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태우 사망] 아들 통해 5·18 사죄…전두환과는 달랐다
장남 재헌씨, 아버지 대신 3년째 5·18민주묘지 참배
전두환, 헬기사격 등 학살 부인 여전…항소심 진행 중
지난 4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 씨가 희쟁자들의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강제 진압에 대해 직접 사과하지는 못한 채 26일 생을 마감했다. 다만, 오랜 기간 투병으로 인해 거동이 어려운 가운데 장남 재헌 씨를 통해 사죄의 뜻을 거듭 밝혀왔다.

1980년 당시 신군부의 최고책임자인데도 반성과 사죄 없는 모습을 보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노 전 대통령은 또 1000억원에 가까운 추징금이 남아 있는 전 전 대통령과 달리 지난 2013년 2628억원의 추징금을 다 냈다.

노재헌 씨는 지난 4월 광주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머리를 숙이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지난 2019년 8월과 지난해 5월에 이어 세 번째 5·18민주묘지 참배다. 재헌 씨는 방명록에는 “5·18 영령들을 마음 깊이 추모하며 광주의 정신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대한민국을 염원합니다”라고 썼다. 재헌 씨는 지난 5월 25일 광주 동구에 있는 한 소극장을 찾아 5·18 연극 '애꾸눈 광대-어느 봄날의 약속'을 관람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재헌 씨가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5·18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 제13대 대통령 노태우’라고 적힌 조화를 5·18민주묘지 제단에 헌화하고 분향했다. 재헌 씨는 “아버님의 입장과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에서 온 것”이라며 “아버님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대신 헌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해 6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일어나지 말아야 될 5·18과 관련해 항상 마음의 큰 짐을 가지고 계셨다”며 “특히 병상에 누운 뒤부터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 오면서 참배를 하고 사죄의 행동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고 저한테도 고스란히 마음의 짐이 됐다”고 했다. 이어 “치유와 화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사과를 해야 되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숨졌다. 사진은 1995년 10월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 [연합]

5·18 광주학살 가해자들의 직계가족 중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강제 진압에 대해 사과한 것은 재헌 씨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 씨는 2019년 참배 당시 방명록에서 “삼가 옷깃을 여기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의 무력 진압을 주도한 가해자 중 한 명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천식 등 지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며 10여년 이상 투병해왔다. 올해 4월 9일에는 호흡곤란으로 119 구급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전 전 대통령은 여전히 헬기 사격 등 학살을 부인하며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매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내려진 1심 판결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12·12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40년이 되는 날, 군사반란에 가담한 측근들과 고급 중식당에서 오찬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재 전 전 대통령은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은 상태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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