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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희의 현장에서] 대선후보 ‘말’의 무게

흔히 “○○○ 빼고 다 좋아”라고 할 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인 경우가 많다. 최근 정치권을 뒤흔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을 본 느낌도 그렇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9일 부산에서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했다.

사석에서라면 몰라도 정치인으로서는 지극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당장 십자포화가 쏟아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여권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내에서도 거센 비난이 빗발쳤다. 그가 내세운 ‘공정’과 ‘정의’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당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본경선을 열흘 앞두고 강성보수층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이후의 대응을 보자면 ‘전략적 발언’이라는 관측에 동의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논란 이후의 대응이다. 이른바 ‘개 사과’ 사진이 기름을 부었다. “제 발언을 곡해한 것”이라며 나름대로의 ‘소신’을 굽히지 않던 윤 전 총장은 맹비난이 이어지자 “송구하다”고 했다. 해당 발언으로 당 안팎이 뒤집어진 지 이틀 만의 일이다. 그러면서도 인스타그램에는 자신의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렸다.

“사과 따위 개나 주라는 거냐.” 같은 당에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석열 캠프에서는 즉각 “실무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윤 전 총장이 진짜 송구한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보수층 결집은커녕 부메랑으로 돌아올 실이 더 커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윤 전 총장의 ‘실언→남 탓→사과’가 도돌이표처럼 이어진다는 점이다. ‘주 120시간 노동’에서부터 ‘부정식품’ ‘대구 민란’ ‘건강한 페미니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아프리카 손발 노동’ 등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1일 1망언’이라는 꼬리표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백번 양보해 ‘정치초보’로서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다는 ‘실드’를 치려고 해도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은 비판을 면키 어렵다. 더군다나 향후 5년간 대한민국 국정을 책임지겠다며 나선 대선후보의 발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실언이 반복될 때마다 “여권의 공격 논리다” “곡해다”라는 적반하장식 대응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점도 탄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실제 논란 이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윤 전 총장의 본선경쟁력이 꼴찌로 추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윤 전 총장이 그릇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윤 전 총장은 본경선 토론회를 마친 후 광주를 방문해 사과한다고 한다. 정말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사과를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본경선 투표 전 지지율 하락세를 막기 위한 행보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대선후보로서 ‘말의 무게’를 좀 더 생각할 필요는 있겠다. 실언과 망언으로 얼룩진 정치판은 더는 보고 싶지 않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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