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원희룡은 서로 띄우기 ‘훈훈’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DDMC 채널A 상암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 후보자 제9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윤석열, 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신혜원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은)경제부총리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홍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할까 싶습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좋은 말을 했다. 철학적으로 타당하다."(윤석열 전 검찰총장)
"오랜 정치인 못지 않은 방향성을 잡고 있다."(원희룡 전 제주지사)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경제, 국방, 교육 등 공약을 놓고 날카로운 검증전을 벌였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서로를 띄워주는 등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4명은 29일 제9차 일대일 맞수 토론에서 맞붙었다. 이날 토론회는 윤 전 총장 대 원 전 지사, 홍 의원 대 유 전 의원으로 짜여졌다.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DDMC 채널A 상암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 후보자 제9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홍준표 후보가 일대일 맞수토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 |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DDMC 채널A 상암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 후보자 제9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유승민 후보가 일대일 맞수토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 |
▶洪 '수비' vs 劉 '공격'=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토론은 주로 홍 의원이 '수비', 유 전 의원이 '공격'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유 전 의원은 곧장 홍 의원의 공약 '공매도 폐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유 전 의원은 "공매도 폐지를 놓고 (홍 의원이)오락가락했다. 퍼펙트스톰으로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주가가 폭락할 수 있는데, 이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공매도 폐지를 놓고 다시 부활을 주장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 홍 의원은 "상황에 따라 재검토를 하겠다"며 "지금의 공매도 제도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유 전 의원은 "글로벌 자본시장은 거의 하나의 시장이다. 우리나라만 공매도를 폐지하면 자본시장에 굉장한 충격이 있을 것으로, 불법 공매도는 규제하되 개인·기관·외국인은 조정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홍 의원은 "부작용이 나타날 기미가 있다면 완전히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두 사람은 홍 의원이 내건 '모병제'를 놓고도 맞붙었다.
유 전 의원은 "저소득·저학력층 (중심의)아이들로 강군을 만들 수 있는가. 그게 정의로운가"라고 따졌다. 홍 의원은 "지금의 군대 자체는 복무기간도 짧고, 관심사병만 신경 쓰는 등 병력 증강이 되지 않고 있다"며 "군대 갈 아이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강군을 육성하고 군인다운 군인을 기르려면 군대에 지원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강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모병제를 한 미국은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을 할 때 모병이 안 돼 사면 조건을 받은 죄수, 고등학교에서 갓 졸업한 18세 등을 군으로 보냈다"며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했다. 홍 의원은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보면 어느 정책도 실시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토론 도중 두 사람은 서로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상을 설명했다. 유 전 의원이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대통령"이라고 하자 홍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이에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홍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할까 싶다"고 맞받았다. 홍 의원은 "법무부 장관을 시켜주면 좋다"고 웃은 후 "박정희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를 했다. 저는 조국 선진화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출마했다"고 했다.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DDMC 채널A 상암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 후보자 제9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유승민, 홍준표 후보가 일대일 맞수토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 |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정시 100%'를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이는 홍 의원의 공약이다.
유 의원은 "정시 100%에 수능 100%라면 고등학교를 왜 다니겠느냐. 학교에 가지 않고 검정고시를 치고 학원을 열심히 다니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극단적인 질문이다. 옛날 우리 시대에 (정시 100%와 같은)그런 적이 있었고, 가장 공정했다"고 했다. 유 의원은 "정시 100%를 하면 학부모에게는 수능이 가장 큰 부담이다. 학원에 가장 많이 가야 하고, 강남8학군에 엄청 몰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의원이 EBS 반영 비율을 70%로 두겠다고 하자 유 의원은 "학원에서 나머지 30%의 변별력이 생길 것"이라고 응수했다. 홍 의원은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에 다시 살펴보겠다"고 했다.
아울러 두 사람은 홍 의원이 부동산 공약인 '쿼터아파트'(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유 전 의원은 "주변 시세 분양가가 6억원인데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2억원이고, 시간이 지나면 시세가 비슷해져 로또 당첨처럼 된다. 환매조건부를 붙여도 10년이 지나면 로또"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지금 강남 아파트에 당첨되는 것도 모두 로또다. 10년이 지나면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되받았다.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DDMC 채널A 상암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 후보자 제9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윤석열 후보가 일대일 맞수토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 |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DDMC 채널A 상암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 후보자 제9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원희룡 후보가 일대일 맞수토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 |
▶尹·元 서로 '훈훈'=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윤 전 총장과의 맞수 토론 중 문재인 정부를 향해 "이런 편가르기가 없다"고 맹폭한 후 해결책으로 이른바 '호떡론'을 꺼냈다. 윤 전 총장은 이어지는 원 전 지사의 설명을 들은 후 "좋은 말"이라고 옹호했다.
원 전 지사는 "국민이 지금 문 정부를 볼 때 가장 고개를 젓는 것은 편 가르기, 갈라치기"라며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고선 이런 편가르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해관계 조정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호떡론'이 필요하다"며 "오빠와 여동생이 호떡을 나눠먹는다. 호떡을 자르는 권한은 오빠에게, 선택하는 권한은 여동생에게 주면 싸움은 가장 최소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권력을 잡으면 이를 휘두르고 상대편은 악이라는 이런 정치가 아니라 오빠와 여동생이 호떡을 나누도록 하는 지혜를 국가 지도자가 바탕에 깔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이에 "좋은 말을 했다. 원론적이지만 철학적으로 타당하다"고 띄웠다.
그는 "정치는 늘 현장에 있어야 한다. 정치가 국민 생활 현장에서 많이 떨어진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의 미덕은 현장과 실용주의로 이런 점에서 공감과 합의를 갖는다면(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DDMC 채널A 상암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 후보자 제9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원희룡, 윤석열 후보가 일대일 맞수토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 |
원 전 지사는 "정당이 앞으로 정치를 잘하려면 젊은 인재도 발탁하고 정치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정치권 밖에 있으면서 생각한 점"이라는 윤 전 총장을 향해 "정치에 들어온 지 몇 달이 되지 않았는데 아주 오래된 정치인 못지 않은 방향성을 잡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고 화답했다. 원 전 지사는 "대통령이 되면 청년정부를 제도화해 대표성을 갖는 청년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통로 역할을 하겠다"고 부연했다.
원 전 지사가 "목돈을 쪼개 푼돈으로 쓰는 정책, 미래세대의 몫을 뺏어오는 정책을 정권교체를 통해 중단시키고 바꿔야 한다"고 하자 윤 전 총장이 "함께 하시죠"라고 하는 등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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