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대선’ 규정…일단 독자노선 예상
野 ‘캐스팅 보터’ 역할 나설 가능성 높아
제3지대 결합…완주 시나리오도 거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식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이원율·신혜원 기자] ‘안철수의 시간’은 다시 올 수 있을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2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이로써 내년 3월 대선의 초반 레이스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후보 간의 4자 구도로 출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철수’를 되풀이한 안 대표가 이번에는 의미 있는 성적표를 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안 대표의 대선 완주 여부,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놓고 여러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과거를 파먹고 사는 기생 세력과 완전히 결별하고 대전환·대혁신의 시대를 열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임기 중반에 국민의 신뢰를 50% 이상 받지 못하거나, 22대 총선에서 제가 소속된 정당이 제1당이 되지 않는다면 깨끗이 물러나겠다”며 승부수도 던졌다.
안 대표는 일단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고 독자노선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비호감 대선’으로 불릴 만큼 여야 후보들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큰 만큼, 자신이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그는 출마 선언 중 “국민은 ‘놈놈놈 대선’이라고 한다”며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만 있다며 걱정이 태산”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 시점으로 볼 때 안 대표의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안 대표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3~5% 가량 지지율로 박스권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때문에 안 대표가 20대 대선에선 ‘캐스팅 보터’ 역할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 선출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막판까지 박빙 승부를 벌인다면 안 대표와의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안 대표의 고정 지지층이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총결집이 점쳐지는 이번 대선 또한 초박빙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는 이미 캐스팅 보터로 잠재력을 보여줬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유권자 1016명에게 조사한 결과 다자 가상 대결에서 이재명 후보가 33.2%, 윤석열 전 검찰총장(국민의힘 소속)32.4%, 안 대표 2.5%,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2.3%,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1.8% 순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넣은 다자 가상 대결에선 이 후보 33.2%, 홍 의원 28.3%, 안 대표 4.0%, 심상정 후보 2.9%, 김 전 부총리 1.9% 순으로 조사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모두 확실한 승리를 위해선 안 대표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인 것이다.
당장 안 대표의 대선 출마가 공식화되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 사이에선 세력 연대·단일화 목소리가 나왔다. 홍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처럼 공동 정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단일화 추진을)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국민의힘 대선 주자와 안 대표가 막판에 ‘빅딜’을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안 대표의 국무총리 입각설, 서울 종로 출마설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 |
안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제3지대와 먼저 세력화를 한 후 국민의힘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안 대표는 당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먼저 단일화를 한 후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채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제3지대 주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힘을 모아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가 제3지대 주자로 완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과 쌓인 ‘감정의 골’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공개적으로 “안 대표와는 악연”이라고 할 만큼 사이가 좋지 않다. 국민의힘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를 향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맹폭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대표가 ‘찻잔 속 태풍’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2011년 정계에 입문한 안 대표가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는 그가 새 정치를 실현할 기대주로 거론됐기 때문이 컸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창당과 탈당, 정치 휴업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그가 밝힌 정치 개혁의 꿈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누적된 ‘철수’ 이미지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안 대표는 2012년 무소속으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다가 중도 하차했다. 2017년에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21.41%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19.55%로 또 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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