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청년층 열성적 지지 기반 ‘무야홍’ 바람
윤석열과 ‘양강 구도’…끝까지 예측 불가 승부
“평당원으로 백의종군”…선대위 합류 여부 주목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개표 결과 발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국민의힘 대선주자로 나섰던 홍준표 의원의 본선행이 끝내 좌절됐다. 2030 청년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업고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일으켰지만, 당심(黨心)의 장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대통령은 하늘문이 열려야 된다”는 것이 홍 의원의 평소 지론이지만, 그에게는 ‘하늘문’은 열리지 않았다.
홍 의원은 지난 5일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48.2%를 기록하며 37.9%를 얻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앞섰지만, 선거인단(책임당원) 투표에서 34.8%에 그치며 윤 후보(57.7%)에게 밀렸다. ‘당심은 윤석열, 민심은 홍준표’라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맞은 결과였다. 합산 결과는 41.5%로 윤 후보(47.8%)와 6.3%포인트 차이였다.
당초 경선 초반만 하더라도 홍 의원의 지지율은 4~5% 수준에 머물렀다. 당시에는 윤 후보가 일찌감치 ‘야권 대장주’로 자리매김하며 20%가 넘는 지지를 받았던 만큼, 국민의힘 경선 자체가 일방적인 승부로 끝날 것이란 예측도 심심찮게 나왔다.
분위기는 8월 말 들어 변하기 시작했다. 20~30대 남성들이 ‘홍준표’에 열광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무야홍’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무야홍’ 외에도 ‘어대홍(어차피 대통령은 홍준표)’, ‘돌돌홍(돌고 돌아 홍준표)’ 등 다양한 신조어들도 만들어졌다.
홍 의원 특유의 ‘사이다 화법’과 인터넷 커뮤니티 특유의 밈(meme) 문화가 결합하면서 청년층이 홍 의원을 지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수정당 후보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준석 대표와 윤 후보측 사이에 ‘당대표 탄핵’ 발언까지 나오는 충돌이 발생했을 때 이 대표를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도 청년층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상승세를 탄 홍 의원은 윤 후보와 확고한 ‘양강’ 구도로 형성했다. 급기야 9월 초중순부터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골든 크로스’ 현상도 나타났다. 이는 “추석 전후로 골든크로스 갈 것”이라고 했던 홍 의원 본인의 예상보다도 다소 빠른 추세였다.
‘박빙의 승부’는 결과 발표 하루 전날까지도 이어졌다. 당 안팎에서는 2차 예비경선 이후 19만명의 신규 당원이 가입한 만큼 ‘결과는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홍 의원과 윤 후보 사이 경쟁은 경선 막판까지 관심을 집중시키며 최종 투표율 63.89%의 흥행을 이끌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경선 결과가 발표 된 후 홍준표 경선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승부를 가른 것은 당원투표다. 홍 의원은 경선 막판으로 갈수록 “당심은 민심을 따르게 돼있다”고 했지만 역전에는 실패했다. 2030세대 신규 당원이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5060세대 당원 표심의 상당수가 윤 후보를 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윤 후보가 국민의힘 현역의원의 3분의 1 이상을 쓸어 모으며 조직표 장악에 나선 것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다수 윤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반면, 홍 의원 캠프에 참여한 현역의원은 조경태, 하영제 의원 2명에 그쳤다. 26년간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고 ‘독고다이’ 정치를 해온 것도 조직표 동원에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국민의힘 경선은 1, 2차 예비경선을 거쳐 본경선으로 갈수록 당원 표심 비중이 20%→30%→50%로 커졌다. 이를 잘 아는 홍 의원도 수차례 대구경북(TK)을 찾는가 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윤 후보에 쏠린 당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홍 의원은 최종 후보가 가려진 후 곧바로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말해 좌중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당시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측이 즉각 승복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 세번째)가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 및 경선후보들과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원내대표, 홍준표 경선후보, 윤 후보, 유승민, 원희룡 경선후보, 이준석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
그는 또,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적 관심을 끌어주었다는 역할이 제 역할이었다”며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드리고 국민여러분과 당원동지 여러분이 모두 합심해서 정권교체에 꼭 나서달라. 감사드린다”고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국민 여론에서는 예상대로 10.27%포인트나 이겼으나 당심에서는 참패했다”며 “민심과 거꾸로 간 당심이지만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자신을 지지해준 청년들을 향해서도 “이번 대선후보 경선에서 여러분이 보내주신 성원 잊지 않겠다”며 “전국 각지에서, 심지어 호남에서까지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성원에서 저는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다. 앞으로도 남은 정치 인생을 여러분들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다만, 홍 의원을 지지했던 2030 청년층은 결과에 불만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는 2030 당원들의 불만글과 탈당 문의 글이 잇달아 등록되는 상태다. 윤 후보로서는 이들의 청년층 지지를 흡수해야 하는 커다란 과제를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향후 대선 과정에서 홍 의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윤 후보를 중심으로 한 ‘원팀’의 한 축으로 2030층의 지지가 약한 윤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경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변수로 꼽힌다. 홍 의원 본인도 “이번 대선에서는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한 만큼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는 미지수다.
홍 의원이 2027년 대선에 또다시 도전할지도 알 수 없다. 홍 의원은 그동안 수차례 “이번이 나라를 위해 헌신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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