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이 끝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입문 4개월 만에 제1야당 대선후보 자리를 꿰찼다. 동시에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대진표도 완성됐다. 앞으로 1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는 말 그대로 불꽃 튀는 혈전을 치르게 됐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그래서, 윤석열이 되는 거야? 홍준표가 되는 거야?”다. ‘조직표’를 업고 당원 지지율이 높았던 윤 후보와 2030 청년층에 힘입어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탄 홍준표 의원 경쟁이 쉽사리 승패를 예측하기 힘들 만큼 치열했다는 의미기도 하겠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적으로 느낀 여의도 안 예측과 밖 전망이 달랐다는 것이다. 경선기간 만난 정치권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부분 윤 후보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반면 여의도 밖 분위기는 달랐다. 윤 후보뿐 아니라 홍 의원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도 만만치 않은가 하면, “꼭 홍준표가 됐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꽤 많았다. 여의도에서 만난 정치권 인사 대부분이 당원일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직접 엿본 느낌마저 들었다.
통상 대선 같은 큰 선거가 있을 때는 ‘민심이 당심을 업고 간다’고 한다. 다만, 적어도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빗나갔다. 결과적으로 경선 결과를 맞춘 쪽은 여의도 인사들이다. 내내 회자되던 ‘당심은 윤석열, 민심은 홍준표’가 그대로 들어맞았다.
윤 후보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37.94%를 기록하며, 48.21%의 홍 의원에 10.27%포인트 차이로 밀렸다. 그러나 선거인단(책임당원) 투표에서 57.7%를 기록, 34.8%에 그친 홍 의원에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최종 득표율은 윤 후보 47.85%, 홍 의원 41.50%였다.
결판은 났지만 단순히 ‘여의도 관측이 통했다’고 보기엔 찝찝하다. 무엇보다 민심의 격차가 두 자릿수에 달한다는 점이 입 안의 가시다. 민심의 격차를 보여주듯 2030 청년들의 국민의힘 탈당도 이어지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윤 후보 측 인사들의 인식이다. 이들은 2030 청년들의 탈당 행렬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눈치다. 청년당원들을 민주당 지지층에 의한 ‘역선택’ ‘위장당원’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청년당원의 탈당 숫자를 축소해 당 지도부 사이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심지어 “대선은 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을 수백만장 주는 게 가장 효율적인 선거운동”이라는 윤 후보캠프 관계자의 발언까지 나왔다.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에 대해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아닌 ‘동네 저수지’에서 뽑힌 선수”라고 했다. 물론 경쟁 후보를 폄하하기 위한 발언이지만 뼈아픈 지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조건 당심과 민심이 같지야 않겠지만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은 당심은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선은 당원투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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