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권과는 별개 문제…일할 여건 돼야”
이회창 사례 거론…“尹, 혁신해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솔직히 내가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 선대위 합류 조건으로 ‘전권(全權)’을 요구했느냐는 취지의 물음에 “전권과는 별개 문제”라면서도 이같이 강조했다.
전권의 수준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포기할 수 없는 특정 ‘권한’이 있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300명 이상 실무진과 함께 대선 경선을 뛴 윤 후보에게 조직 재구성을 언급하고, 특히 특정 중진들의 ‘이선 후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제가 일을 하게 되면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해 추진에 나설 것”이라며 “(그런데)주변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을 것 같다면 제가 무엇하러 (선대위에)가겠느냐”고 했다.
그는 “제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전권이란 들어오면 인사든 무엇이든 다 해야한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전권과는 별개”라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를 곁에서 도운 특정 중진들을 사실상 저격했다. 그는 “일반 국민이 볼 때는 식상하고 똑같은 얼굴이라 국민에게 감흥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 경선캠프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지낸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 일부 중진을 콕 집어 선대위 내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말이 돌았었다. 그는 ‘아직 윤 후보 옆에 파리떼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그 이야기는 그만하려고 한다”면서도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이가 결국 과거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인다면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조직 정비는)윤 후보에게 달려 있다”며 “대통령이 되려면 상황 인식을 정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사람에 너무 집착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과거 대통령들도 지나치게 편리한 사람에게 집착하다가 다 실패했다”고 경고성의 말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가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국민의힘 시민소리 혁신정책회의 공동의장, 금태섭·윤희숙 전 의원을 윤 후보에게 새롭게 ‘수혈’할 인사로 추천했다는 설에 대해선 “추천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 |
김 전 위원장은 이번 대선은 20·30세대의 표심이 중요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20·30세대가 미래에 대한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혁신과 비전, 정확한 솔루션을 내놓지 않으면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혁신’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으면 본선 승리를 이끌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와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선 후보가 맞붙은 16대 대선의 사례도 거론했다. 그는 “한쪽은 기득권층에 의존하고, 한쪽은 서민풍을 보였다”며 “그 당시에도 야권이 집권할 것이라는 추세가 대단했지만 결국 (승리는)노 후보에게 갔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대 윤 후보 구도를 보면, 아직도 국민의힘은 기득권에 가깝고 민주당은 서민에 가까운 정당(이라는 인식이 있고), 특히 이 후보가 자신은 어렵게 해서 이까지 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때와 지금은 비슷한 유형”이라며 “윤 후보의 장점은 일반 국민이 새로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선거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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