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참석 이후 한 달 넘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가 김 위원장의 행보를 마지막으로 보도한 것은 지난달 12일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이다.
이후 14일 현재까지 김 위원장은 33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당국자 담화 등 별다른 대외 메시지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잠행이 신변 이상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 위원장의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며 대역설도 근거가 없다고 보고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고지도자의 등장은 어떤 식으로든 대내외 메시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북한이 새로운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한국과 미국의 대응을 지켜볼 때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관계 회복 여부는 남한 당국의 태도에 달렸다며 ‘이중기준’ 철폐 등 대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대내외 여건도 북한이 당장 움직이기에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이 불편해 할 도발을 하기는 부담스럽고, 내년 3월에는 한국 대선이 있어 당분간 소강상태가 이어질 가능성 있다. 코로나 상황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는 돼야 대규모 백신이 제공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이 강조하는 경제 분야에서도 지난 8월 21일 평양 보통강 강안 다락식(테라스식) 주택구 건설사업 시찰 이후 행보가 뜸하다.
다만, 북한은 연일 주민들에게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인 올해 최대 성과를 촉구하고 있으며, 다음달 김정은 집권 10주년을 맞아 한해 성과를 결산하며 대대적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잠행에 아직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이 박정천 당 비서와 김덕훈 내각총리에게 각각 군사·경제 현장 점검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아예 활동하지 않는 게 아니라 보도가 안 된 비공개 일정을 다수 소화한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014년에도 40일 동안 잠행한 적이 있다. 당시 건강 이상설 등 온갖 억측이 난무했지만 같은 해 10월 14일 위성과학자주택지구 현지지도 보도를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2일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모습을 보인 이후 한달 넘게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