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김혜경·김건희 검색량 급상승
각종 루머·의혹 속 혹독한 '영부인 검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왼쪽)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대선 레이스 초반 유력후보 배우자들에 대한 관심도가 역대급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이야기다.
과거 대선에서 후보의 배우자들은 주로 후보 지원 유세에 동행하는 일정 등에서 언론에 노출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배우자들과 직접 연관된 루머와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전례없는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은 특히 과거 검·경의 수사를 받았거나, 현재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등 본인들도 여론의 '영부인 검증대'에 올라있다는 평가다.
20일 인터넷 검색어 통계 서비스인 네이버 데이터랩과 구글 트렌드에서 '김혜경', '김건희' 이름의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두 사람에 대한 관심도는 이달 초부터 급격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트렌드 관심도 변화 추이 |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량 |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는 낙상사고를 당한 지난 9일을 기점으로 관심도가 급등했다. 해당 사고를 두고 온라인에서 '부부싸움설' 등 각종 루머가 확산된 것이 관심도 상승에 큰 몫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루머가 빠르게 확산하자 이 후보 측은 119 구급차 출동 기록과 진료기록은 물론 이 후보가 김씨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담긴 구급차 내 CC(폐쇄회로)TV 사진 등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은 지난 9일 아내 김혜경 씨가 낙상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당시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 캡처 화면을 12일 공개했다. |
이 후보는 지난 13일 경남 거제에서 지역 예비부부와의 만남 일정을 소화하는 도중 아내 김씨에게 전화 통화를 하며 루머 불식에 나서기도 했다.
이 후보는 "내가 때려서 그랬다는 소문이 있다"며 "그건 누가 일부러 한 것이다. 딱 그게 몇 시간 만에 전국에 카톡으로 뿌려지고 그랬잖아"라고 했다.
지난 16일엔 한 인터넷 언론사가 '올 블랙' 차림으로 깜짝변신을 한 김 씨의 외출 장면을 포착했다고 보도해 큰 관심을 받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이 '올 블랙' 차림의 인물이 입은 상의가 수백만원 대 고가의 옷이라는 주장까지 돌았다. 보도 하루만에 해당 언론사가 사진 속 여성이 김씨가 아님을 인정하고 기사를 내렸지만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
김씨는 지난 2018년엔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방해온 트위터 계정 '08__hkkim'의 정체를 놓고 “김혜경씨 계정 아니냐”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당시 경찰은 수사에 나선 지 7개월여 만에 '혜경궁 김씨' 계정 주인과 김혜경 씨가 동일인이라고 결론냈지만, 검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김씨는 지난 18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을 이 후보와 함께 관람하면서 대선 후보 배우자로서의 공식 행보를 재개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1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을 관람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도 윤 후보가 국민의힘 본선 후보로 선출된 지난 5일을 기점으로 관심도가 급등하고 있다. 특히 김 씨는 후보 배우자로서 공식 일정에 등판하기도 전에 민주당의 주요 공세 대상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최근 잇따라 구속되면서 민주당의 비판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당 '윤석열일가 부정부패 국민검증특위' 1차 회의에서 김씨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뿐 아니라 사모펀드에 개입해서 이익을 얻은 사모펀드 전문가"라고 꼬집었고, 윤호중 원내대표도 "가족 사기단이라는 말이 있는데 조금도 과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까지 언급됐다. 송 대표는 "언론과 시민단체도 정 교수를 검증했던 것 만큼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조작문제나 주가조작, 사모펀드 개입을 검증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법무부 장관 부인이라서 이렇게 검증했다면, 대통령 부인이 될 사람은 두 배 이상으로 철저한 검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후보는 김 씨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KBS라디오에서 김 씨 수사에 대해 윤 후보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의도적인 수사라며 “(현 정부와 검찰이) 없는 죄라도 뒤집어 씌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씨는 앞서 지난 7월엔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외벽에 그려진 이른바 '쥴리 벽화'로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김씨가 과거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 접대부였다는 루머 때문이다. 당시 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기가 막히다.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 루머를 일축한 바 있다.
한편,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을 맡고 있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SNS에서 김혜경 씨와 김건희 씨를 비교해 논란을 샀다. 그가 페이스북에 쓴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한다"는 글이 여성의 출산 여부를 대비한 부적절 비교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윤 후보와 김건희 씨가 과거 유산의 아픔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비판 여론은 더 더 커졌다. 결국 한 의원은 20일 "불편함을 느끼셨거나 상처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 의원은 "결코 여성을 출산 여부로 구분하려던 것은 아니지만 표현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성찰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