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무공천 검토, 결정적 호재 가능성…수싸움
나경원·김병준·최재형도…이준석은 ‘선 긋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연합] |
원희룡 전 제주지사.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 종로 보궐선거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분위기다.
종로는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3명의 대통령을 키운 ‘정치 1번지’다. 당선되는 순간 잠룡 반열에 올라선다. 이번에는 윤석열 대선 후보의 러닝 메이트가 돼 더욱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 맞상대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종로 보선에서 무공천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결정적 ‘호재’가 될 수 있다. 고질적 인물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제대로 된 차차기 대선주자를 키울 기회인 만큼 최적 인물을 놓고 치열히 고민을 이어갈 모습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안에서 당장 종로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다.
당 대선 경선에서 ‘4강’에 오른 원 전 지사는 이번 레이스에서 낮은 인지도 등 약점을 어느정도 극복했다. 그는 경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따라붙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집중 공략해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런 그가 윤 후보와 함께 선거를 뛰면 시너지 효과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 선거관리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은 원 전 지사는 정책 설계·조율 업무와 별도로 ‘페북 정치’도 시작했다. 그 또한 종로 출마를 염두에 두는 모습이 아니냐는 말이 도는 이유다. 원 전 지사는 서울 양천갑에서 3선(16·17·18대)을 한 경험이 있어 서울시 행정에도 익숙한 편이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범야권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종로 선회설도 거듭 거론된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예비 후보로 뛴 안 후보는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어깨를 견줄만큼 이미 영향력은 인정을 받았다. 의사와 기업인, 당 대표와 국회의원(서울 노원병) 등 ‘스펙’과 인지도는 독보적이다. 안 후보 종로 등판설은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오차범위 내 박빙으로 싸운다면 더욱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 단일화를 요구하는 지지층의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현재 대장주인 윤 후보가 대선, 안 후보는 종로 출마로 단일화 겸 ‘교통 정리’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안 후보는 “제1야당 후보가 양보하면 충분히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대선 완주 뜻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당 일각에선 안 후보의 ‘대체재’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언급된다.
이와 함께 나경원 전 의원,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도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4선 원내대표·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출신의 나 전 의원은 야권 내 흔치 않은 거물급 여성 정치인이다. 지난 2018년 7월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해 사실상 ‘가라앉던 배’와 다름없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 위원장은 당 내 공인된 구원투수다. 김 위원장은 종로 지역에서 20년 이상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원장은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이 있는 만큼, 비호감 선거로 칭해지는 이번 대선 구도를 정화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 |
국민의힘에선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고정 지지층이 있는 이준석 대표도 카드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 대표 본인이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종로 출마설에 대해 “일관되게 말했다. 선거 사무를 볼 사람이 당에 없다”며 “제가 종로에 갔다왔더니 우리 집이 무너져있으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저는 당 대표로 당을 튼튼히 유지해야 한다”며 “지금 선거를 앞두고 김칫국을 마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저는 냉정히 선거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종로에서 뛸 신인을 찾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조금 더 신인에 가까운 분들 중 지금까지 우리 당의 공천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준석 지도부’가 갖는 첫 공천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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