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녀·진보 진영 외연 확장 포석으로
당 안팎 후폭풍도 상당…“노선 다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불리는 신지예 한국여성네트워크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에 합류했다. 신 씨를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에 앉힌 윤 후보는 이대녀(20대 여성)와 진보 진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당장 국민의힘 안에서는 “신 씨는 젠더 등 여러 이슈에서 우리와 다른 입장이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심상찮다. 당 홈페이지에도 신 씨 영입에 반대하는 지지층의 글이 게시됐다.
신 씨는 2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3지대의 힘이 약한 지금)여성이 더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양당 구조 속 후보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윤 후보는 검찰총장으로 범죄와 싸웠고, (제가)직접 만났을 때 여성 안전만큼은 보장하겠다는 말을 했다. 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을 벗어던지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등 그간 국민의힘의 기조와는 엇나갔던 신 씨는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강조키도 했다. 그는 “제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며 “(만약 충돌이 생기면)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신 씨 영입으로 특히 이대녀 표심 공략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이대남(20대 남성) 등을 중심으로 신 씨에 대한 반발 기류도 상당하다. 국민의힘 청년조직 관계자는 통화에서 “‘용광로 선대위’를 넘어 당의 지향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선대위에서 고문을 맡은 홍준표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신 씨 영입에 대해 “큰 실수”, “잡탕밥”, “정신 나갔네요”라고 맹폭했다. 윤 후보 경선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하태경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젠더 갈등을 격화시키는 페미니스트 신 씨 영입을 반대한다”며 “젠더 갈등을 가볍게 보는 선대위의 시선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당장 당원 게시판에도 “기괴한 조합”, “신 씨 영입은 선을 넘었다”는 등 신 씨를 비판하는 글이 거듭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윤 후보가 선출된 후 대규모 탈당 행렬이 있었던 것처럼 ‘제2차 탈당’ 움직임이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당원은 당원 게시판에서 “신 씨 덕분에 탈당하고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글을 썼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이미 ‘탈당 인증’이 이뤄지고 있다. 그간 신 씨와 페미니즘을 놓고 몇차례 맞붙었던 이준석 대표도 “당의 기본 방침에 위배되는 말을 하면 제지,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탐탁치 않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 오른쪽은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연합] |
이런 가운데, 이경민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신 씨 영입을 놓고 “몇 번 쓰다 버리면 된다”는 표현을 써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윤 후보는 신 씨의 영입을 두고 ‘당 노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신 대표도 대화해보면 국민의힘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신 씨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뛰었을 때 그를 후원했던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 씨에 대해)염려하는 부분들이 저에게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공약으로 승화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