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저마다 불거진 ‘가족리스크’에 휘청이며 대선 판세가 안개 속으로 접어들었다. 다만, ‘아들 불법도박 의혹’에 사과한 이 후보보다 ‘부인 김건희씨 허위 경력 의혹’에 고개 숙인 윤 후보가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의혹의 대상이 부인이라는 점 자체가 여파가 큰데다, 두 후보간 대조적인 후속대응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논란 직후 곧바로 사과했으나, 윤 후보는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다 의혹 제기 나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21일 헤럴드경제가 최근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가족 리스크’로 인한 지지율 하락세는 윤 후보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폭이 이 후보보다 큰가 하면, 이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한 여론조사 결과도 잇따랐다.
이날 발표된 미디어토마토(뉴스토마토 의뢰, 18~19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37.5%를 기록, 36.7%를 얻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두 후보 사이의 격차는 0.8%포인트에 불과하지만, 같은 기관 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추월한 것은 처음이다. 2주 전과 비교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1.3%포인트, 윤 후보는 2.2%포인트가 각각 하락했다.
글로벌리서치(JTBC 의뢰, 17~19일) 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37.9%로 33.5%를 기록한 윤 후보에 앞섰다. 같은 기관이 3주 전 실시했던 직전 조사보다 이 후보는 7.1%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후보는 3.9%포인트 하락한 결과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의뢰, 17~18일) 조사 결과에서도 이 후보 40.3%, 윤 후보 37.4%를 각각 기록했다. 이 후보는 전주와 비교해 0.3%포인트 하락한 반면, 윤 후보는 4.6%포인트 하락했다.
‘가족리스크’가 후보 지지율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KSOI-TBS 조사에서 ‘후보 배우자의 논란이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 응답자는 68.3%에 달했다. 글로벌리서치-JTBC 조사에서 두 후보의 ‘가장 걱정되는 점’을 물은 결과, ‘후보 배우자와 가족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이 후보 지지층에서는 25.1%, 윤 후보 지지층에서는 31.9%였다. 또, 한국리서치(KBS 의뢰, 17~19일) 조사에서 ‘이 후보 아들 불법도박 논란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56.8%, ‘김건희씨 허위 경력 논란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66.7%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장모, 아들의 경우 죄가 있으면 감옥에 가면 되지만, 국민 정서상 영부인은 대통령과 동격인 만큼 (국민들이) 용납이 힘들 수 있다”며 “이 후보가 바로 사과하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한 반면, 윤 후보는 버티다가 마지못해 사과하는 것처럼 보인 것도 실망감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리스크로) 지지층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고 중도층이 빠져버린다”며 “윤 후보 같은 경우 현 상황에서 중도층이 빠져버리면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문규·정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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