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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희의 현장에서] 지금까지 없었던…제1야당의 자중지란

지금까지 이런 제1야당은 없었다.

공보단장을 맡은 최고위원이 ‘후보의 뜻’을 앞세워 당 대표를 들이받는가 하면,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앞장서 선거를 이끌어야 할 당 대표는 모든 선대위 직책에서 사퇴했다. 충돌의 한 축이었던 최고위원도 결국 공보단장직에서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정작 후보는 “그게 바로 민주주의”라더니 나중에는 아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수습을 일임했다. 윤석열 대선후보 리더십의 실종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을 자처하는 인사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문고리 3인방’ ‘십상시’ ‘3철’에 이은 ‘윤핵관 전성시대’다. 총체적 난국이다.

적전분열, 자중지란, 아사리판이라는 말로도 모자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지는 국민의힘 선대위 난맥상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에게 황당함마저 안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재명은 아니지→윤석열은 아니지→이재명은 아니지→윤석열은 아니지’ 무한 도돌이표 짤(사진)이 대선판을 바라보는 국민 심정을 극명하게 함축한다.

당장 드러난 도화선은 이준석 당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사이 충돌이지만 윤석열 선대위 자체의 내재된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당 안팎에서는 윤석열 선대위를 ‘윤핵관’들과 ‘김종인계’ ‘김한길계’가 삼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윤핵관’을 문제 삼은 이 대표의 잠행과 그에 이은 극적인 ‘울산회동’은 분출하려는 갈등을 잠시 미룬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정권교체 여론이 우세다. 50%를 넘는 경우도 많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시끄러운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정권교체론을 ‘믿는 구석’ 삼은 탓이다. 벌써부터 윤 후보 주변 인사들이 청와대를 거론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론하는 일이 빈번한 것도 그 때문일 테다. 정작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정권교체 여론에 한참 못 미침에도 말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제1야당에 표가 모이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중도층이 내년 3월 9일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통상 선거가 다가올수록 부동층이 줄어드는 경향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갈수록 부동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도 지인들이 “그래서 누굴 찍어야 하냐”고 물으면 답변이 궁색해 화제를 돌리기 일쑤다.

여권은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고리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방행정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일사분란하게 총력 매진해도 쉽지 않은 싸움이다.

역사적으로 거대한 제국의 몰락도 단초는 내부 분열이었다. 로마제국이 그랬고, 몽골제국도 그랬다. 아직 정권을 잡지 못한 제1야당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무조건 ‘표를 달라’고 조르기보다 ‘표 줄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이 먼저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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