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공약·콘텐츠 없이 네거티브 대응 뿐 지적도
내주 혹은 내달부터 정책·콘텐츠 발표 나설 방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에서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달 6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부터 지금껏 인상적인 정책 공약과 ‘킬러 콘텐츠’ 발표 없이 세불리기와 갈등·네거티브 대응에만 힘을 쏟았다는 지적이 당 안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이 와중에 윤 후보의 실언 리스크가 또 고개를 들고 있다. 선대위는 이르면 내주부터 윤 후보를 앞세워 정책·콘텐츠 발표에 나서는 것을 검토하는 등 정면돌파로 대응할 방침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는 선대위 출범 후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 공약을 공개하고 있다. 외부 일정을 소화하는 도중 비전을 제시키도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공약부터 부동산, 군(軍) 공약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선대위 출범부터 지금껏 윤 후보가 직접 나서서 정책·비전과 관련한 정식 기자회견을 한 적은 없다. 페이스북 활용과 외부일정 도중 발언은 질의응답을 피할 수 있는 형태인 만큼 사실상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적지 않다. 윤 후보는 정책 공약과 별개로 아직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킬러 콘텐츠도 내놓지 못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그는 선대위 출범에 맞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 보상으로 50조원 지원을 선언했다. ‘일격’이었으나 직후 금액 규모에 따른 당내 혼선이 빚어져 파급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지금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이 정책·콘텐츠 관련 기자회견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윤석열’이라고 하면 반문(반문재인) 외에 바로 떠오르는 정책과 킬러 콘텐츠가 있는가”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윤 후보의 전면 등판이 늦어지면 정책과 정무 역량이 모두 의심스럽다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정책·콘텐츠 실종 행보는 예고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후보는 선대위 출범 후 정책·콘텐츠 발표보다 세 불리기에 집중했다. 윤 후보 직속 위원회만 3곳이다. 선대위 산하 기구를 더하면 위원회만 20곳이 넘는다. 선대위 출범이 3주일이 되지 않았으나 구성원은 벌써 4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대위는 덩치를 키우는 과정 중 인선 갈등에 거듭 노출됐다. 이 와중에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허위 이력 의혹까지 터져 당력이 의혹 방어에 쏠리기도 했다. ‘사공’ 많은 선대위의 구조도 문제로 거론된다. 현재 선대위 안에는 정책총괄본부 외에 후보 비서실 소속의 정책·콘텐츠 관련 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가 공식 출범하기 전에는 당에서 시민소리 혁신정책회의라는 공약개발단이 2개월 가량 활동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교통 정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했다.
윤 후보 특유의 고집과 신중함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그간 이른바 ‘와이(Y) 노믹스’ 등 정책 구상 상당수에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소위 ‘여의도 문법’이 묻어나는 정책 네이밍과 구상을 크게 선호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연합] |
이런 가운데, 윤 후보에게 다시 실언 리스크가 드리워지고 있다. 윤 후보는 전날 전북 전주시의 전북대 타운홀미팅에서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윤 후보는 논란이 일자 기자들과 만나 “그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외려 도와드려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사는 데 힘들면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논란성 발언을 던진 후 사후 해명하는 상황이 또 연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 9월 ‘아프리카 손발 노동’, 그 다음 달 ‘전두환 공과’ 발언 등으로 홍역을 치렀었다.
당 안에선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내부에선 “윤 후보와 이 후보 모두 도덕성 리스크를 안게 되면 정책 경험이 많고 추진력 등 나름의 콘텐츠가 있는 이 후보가 더 좋은 점수를 딸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복수의 선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르면 내주, 늦어도 다음 달 초 직접 정책·콘텐츠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데뷔’할 것이 유력하다. 김 위원장도 “내달 초에 들어가면 한 주 하나 정도 공약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핵심 콘셉트는 ‘약자와의 동행’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도 비전을 취지에 맞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공부와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며 “속도만 높여 서투르게 공약을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일이 없도록 윤 후보와 각 팀이 의견을 공유하며 신중히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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