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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홍준표의 대선, ‘넘버2의 게임’…‘李의 호남’·‘尹의 TK’ 달려있다
여야 후보 공히 텃밭서 압도적 지지 못 얻어
‘호남 맹주’ 이낙연 필요한 ‘TK 출신’ 이재명
‘영남기반’ 홍준표 필요한 ‘충청의 子’ 윤석열
전문가들 “영호남 예전같은 몰표 안나올 것”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거대양당 경선에서 접전 끝 고배를 마신 ‘넘버 2’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행보에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공히 두 당의 전통적 지역기반(호남·영남)에서 과거 대선 후보들 만큼 압도적 지지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호남과 영남에 기반을 둔 이낙연, 홍준표 두 거물 정치인들의 지원 여부가 대선 판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선 탈락한 이낙연·홍준표 여전한 지역 ‘영향력’ =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이 본선 레이스에서까지도 상당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들이 단지 경선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거나 일각서 ‘후보 교체론’이 회자질 만큼 이재명,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윤 두 후보가 갖지 못한 각당의 정치적 ‘지역기반’과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가치’가 유지되는 이유다.

이 전 대표는 전남에서 국회의원을 4번 하고 전남도지사를 지내는 등 ‘호남의 맹주’로 꼽힌다. 홍 의원은 PK(부울경) 태생이지만 대구에서 중·고교를 나왔고 21대 국회에서도 대구 수성구 을 지역구에 무소속 출마해 당선될 만큼 영향력이 상당하다.

반면, 이 후보는 민주당 역사상 최초의 TK(대구경북)지역 출신 대선 후보로 정치(행정) 경력도 수도권(경기)을 기반으로 쌓아와 호남과 별 접점이 없다. 윤 후보 역시 서울 태생으로 ‘충청의 아들’임을 강조할뿐 영남과는 큰 인연이 없다. 특히 윤 후보의 경우 당의 영남출신 대통령인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 감옥에 보낸 경력까지 있다. 후보들 혼자의 힘으로는 당의 텃밭에서 과거 만큼의 압도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조건인 셈이다.

▶이낙연은 전격 지원 시작…홍준표는 여전히 관망 =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3일 50여 일만에 이 후보와 만나 본격적인 지원 모드에 돌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선대위 직책 사퇴 등으로 상대편 내홍이 극에 달한 타이밍에 전격 회동하며 ‘원팀’ 기조를 크게 대비시킨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를 신설하고 이 후보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그가 원했던 각종 정책을 반영할 공간도 생긴 셈이다. 이 전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 이재명 후보와 제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좋은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이 전 대표 합류 이후 격차를 벌려 완벽한 ‘골든 크로스(역전)’ 추세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민주당 안팎에서 나온다.

반면, 홍 의원은 최근 대구 선대위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관망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자신이 만든 소통채널 ‘청년의 꿈’ 문답 코너에서 “백의종군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역할이 없는 대구 선대위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며 “그것마저 거부하면 방관자라고 또 시비를 걸 수 있어 불가피한 조치이니 양해 바란다”고 했다. 홍 의원은 그간 윤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방어나 옹호를 하기보다는 아쉬움을 표하거나 꼬집는 식의 코멘트를 주로 달아 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 의원의 전향적인 지원 가능성에 대해 “윤 후보의 지지율이 빠질수록 더 도와줄 이유가 없을 수 있다”며 “윤 후보가 자신에게 공을 들이는 것도 아닌데 지금 판에 나가서 뭐를 묻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홍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도울 생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호남은 민주당 몰표, 영남은 국민의힘 몰표’ 시대 끝났다” = 양 진영 지지층 결집이 상당히 이뤄진 현 시점에도 전통적 지역구도의 균열이 엿보인다. 호남에서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영남에서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관망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광주·전라 지역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53%에 그쳤다. 광주·전라에서 윤 후보는 4% 불과했지만, ‘지지후보 없음’과 ‘모름·무응답’이 33%에 달했다. 과거 민주당계열 후보에게 90% 넘나드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같은 시기 실시된 리얼미터-YTN 여론조사(지난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7명 대상 조사) 역시 광주·전라에서 이 후보 60.3%, 윤 후보 19.0%, 부동층 9.4%로 역시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각각 43%(NBS), 55.4%(리얼미터)의 지지율에 그쳤다. 과거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TK에서 80%가량 득표를 한 것과는 온도차가 크다. 심지어 PK에서는 이 후보 33%, 윤 후보 29%(NBS)로 역전당하기도 했다. (두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 3.1%p)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이번 대선에서 전통적인 영호남 지역구도 등 양당의 전통적 승리공식이 조금 깨질 것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영호남에서 각각 90%씩 나오던 몰표는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20~30대 청년층은 ‘탈이념’, ‘탈진영’, ‘실용주의’이기 때문에 영호남의 청년들은 고령층들처럼 양당에 몰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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