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도어·왜곡” 억울 표하지만
‘검사 습관’ 등도 문제로 거론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뭘 얘기하고 ‘내 의도는 이게 아니었다, 네가 잘못 들었다’고 하지 말라고 한다. 분명하고 깔끔하게 표현하라는 게 20·30의 요구다. ‘기자들이 잘못 옮겼다’고도 하지 말라고 한다.” (지난 14일, 윤희숙 전 의원)
“잘못 옮긴 것도 많은데…. 억울해도 그렇게 하겠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발언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청년층은 윤 후보가 공개석상에서 논란성 발언을 던진 뒤 사후 해명하는 일에 대해 중단을 요청했으나, 아직도 이 ‘패턴’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윤 후보는 지난 23일 순천에서 열린 전남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정권교체는 해야겠고 민주당엔 들어갈 수 없어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마는, 국민의힘이 진정한 지지를 받는 수권정당이 되려면 엄청나게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늘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윤 후보의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는 말은 곧장 논란을 불렀다. 호남 민심을 호소하던 중 나온 말이지만, 당 대선 후보의 표현으로는 부적절하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그것은 당연히 제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9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 생각만 같으면 함께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며 “국민의힘이 당시 9가지 다른 생각을 갖는 분은 포용할 수 없는, 선뜻 내키지 않는 정당이 아니었나. 그래도 민주당과 대척점에 있는 정당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기본적 입장을 갖고 있어 입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대식 중 “현 정부 주축으로 19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도 많이 있지만, 그게 자유민주주의 운동에 따라 하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외국에서 수입해온 그런 이념에 사로잡혀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민주화운동 평가절하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화 운동이 외국에서 수입됐다는 게 아니다”며 “민주화 운동을 하고 한 번 쉬고, 바깥에서 외국 등에서 수입해 온 이념에 따른 운동이 민주화 운동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후보는 그 전날인 22일 전북 전주시의 전북대 타운홀미팅에선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해 또 논란을 불렀다. 그는 이어 “사회에서 산출된 생산물이 시장을 통해 분배되지만,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걷어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눠 그 분들에 대한 교육과 경제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게 자유의 필수적 조건”이라며 복지 자유주의에 가까운 입장을 밝혔으나 이는 앞선 발언이 부른 논란에 가려졌다. 윤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난한 사람이나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다 같이 연대해 자유를 느끼게 하려면, 그분들에게 조금 더 나은 경제 여건이 보장되도록 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25일 야권에 따르면 윤 후보는 그간 마주했던 상당수의 설화 논란에 “진의가 왜곡됐다”는 취지로 억울함을 표해왔다. 윤 후보 측에서는 발언 리스크 자체가 여권 측의 ‘마타도어’(흑색선전)라는 말도 나왔다. 윤 후보도 실언 문제가 거듭 제기되는 데 대해 “상대 진영에서 마타도어를 한 것”, “(발언의)앞뒤를 잘라 말하면 왜곡”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후보의 습관, 그가 아직 완전히 체화하지 않은 ‘정치 문법’을 문제로 지적하는 이도 적지 않다. 야권 관계자는 “윤 후보도 억울하겠지만, 현재 주목도가 높은 정치인 중 유독 윤 후보에게 설화 논란이 따라붙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한 전직 의원은 “26년 검사 생활을 하는 동안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여지는 상황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임태희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도 윤 후보의 ‘극빈층 자유’ 발언을 놓고 “노련한 정치인이었으면 그렇게 발언을 하지 않았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살기 어려우면 자유나 평등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지 않느냐는 취지로, 표현이 충분히 되지 않다보니 조금 이상하게 전달된 것 아닌가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전남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에서 열린 전남선대위 출범식에서 당 점퍼를 입고 있다. [연합] |
윤 후보는 지난 10월 부산 해운대갑 당협을 찾았을 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 있지만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해 이른바 ‘전두환 공과’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발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군사 쿠데타, 5·18은 잘못됐다고 분명히 말을 했다. 말만 하면 앞을 떼고 뒤를 뗀다. 전문을 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7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게임 개발을 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왜곡”이라며 “근로 조건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갖도록 해주는 게 기업에만 좋은 게 아니라 근로자들에게도 좋은 경우에 넓게 예외를 둬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앞으로 윤 후보와 메시지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임 본부장이 통제하는 총괄상황본부에서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금태섭·김근식·정태근 등 이른바 ‘김종인 사단’이 포진된 곳이다. 선대위는 주요 책임자가 모두 참여하는 일일조정회의에서 중요 메시지에 대해 한 차례 더 ‘필터링’을 할 방침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의 메시지는 보다 정교하게 교정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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