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국면 전환은 위기 처했던 尹 유리
흐름 좋던 李, 변동성 경계하며 선긋기
與, '탄핵 주도' 촛불지지층 이탈 우려
野, '탄핵의 강' 다시 빠지는 분열 우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엄수된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서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의 추모사를 듣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이 가져올 영향·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말연시 대선 레이스 한복판에 대형 이슈가 생기면서 판을 흔들 '돌발 변수'가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31일 0시 출소 전날엔 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출간까지 예정된 만큼 상당한 이슈·국면 전환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여당은 역풍을 야당은 분열을 각각 우려하며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이슈 전환 효과…李 보다 尹에게 유리한 이유는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입장에서는 호남을 비롯한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중도층 공략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교차한다.
다만 당장 최근 좋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흐름이 도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발언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이준석 대표의 선거대책위원회 직책 사퇴 등 극심한 내홍을 겪는 최악의 '위기 상황'이었는데 박 전 대통령 사면 이슈로 묻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재선급 의원은 "전직 대통령 사면이라는 메가 이슈 때문에 윤 후보와 국민의힘 이슈가 덮어지는 건 우리로서는 아쉬운 측면인 건 사실"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병원에서 출소해 자택에 가는 것까지 한동안 상당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당장 선대위 내부 문제를 정비할 '시간'을 번 셈이기도 하다.
▶높아진 변동성…李·민주당, 文대통령 '선긋기' = 이 후보가 추세적 골든 크로스를 이뤄내는 좋은 흐름에서 '변동성'이 생긴 것 자체가 악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최근 코로나19 방역 책임론이 높아지고 민심이 악화하는 시기에 국면을 전환하고 이슈를 바꾸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민들, 특히 2030세대가 이번 사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후보에게는 '악재성 변동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이번 사면이 문 대통령의 독자적 판단이라며 청와대와 확실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다. 변동성이 이 후보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사면 문제를 놓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송영길 대표가 논의했다는 일부 보도를 두고는 "사실무근"이라고 정정 보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반박했고, 청와대 역시 이번 사면 결정이 민주당과의 협의 없이 문 대통령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도 입장문에서 "문재인 대통령님의 국민 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지금이라도 국정농단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죄가 필요하다. 현실의 법정은 마쳐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됨을 기억하시기 바란다"고 뼈있는 메시지를 냈다. 이 후보는 다만 결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결정난 사항에 있어서 찬성, 반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답했다.
▶'역풍' 겁나는 與, '분열·탄핵의 강' 우려하는 野 = 여당은 이번 사면이 가져올 진보진영 지지층의 민심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 24일 올라와 반나절 만에 1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글에서 "박근혜 탄핵은 대한민국 국민이 촛불로 이뤄낸 21세기 민주주의의 쾌거이자 성취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촛불을 받들어 탄생한 '촛불정부'를 자처하며 출범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박근혜가 형기의 절반조차 채우지 않고 사면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모독이요,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당 내에서도 "역사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될 것"(안민석 의원)이라는 비판 의견이 나왔고,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공략을 도와주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야당의 비판도 쏟아졌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 보수 표 얻으라고 힘 실어준 것 아니냐"며 "이 정도면 선거 개입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이 또 다시 분열하거나, 이미 다 건넌 줄 알았던 '탄핵의 강'에 다시 빠져들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 경우 민주당이 크나큰 반사이익을 얻을 수 밖에 없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간계로 야당 후보를 선택하게 하고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며 "거기에 놀아나는 우리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통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해도 그것은 우리 야권에서 해결해야 할 몫일 뿐"라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분열을 경계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당사자라는 점이 다시 부각될 수 있는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진박'을 자처해 온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윤 후보를 향해 "'민주당에 들어갈 수 없어서 국민의힘에 들어왔다'는 윤 후보를 어떡해야 하나. 선수교체가 답인 듯하다"고 날을 세웠다.
여권 관계자는 "자신을 구속시킨 사람이 대선후보고, 자신을 탄핵시킨 사람들로 구성된 선대위인데 박 전 대통령이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엄경영 소장은 "경선 때면 몰라도 지금은 현실적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윤 후보로 뭉칠 수 밖에 없는 시점"이라며 분열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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