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지역구 행사 대폭 줄고
각종 회의·간담회도 화상으로 진행
대선 후보 ‘SNS·유튜브’ 비중 커져
마스크 벗고픈 민심 대선 핵심변수
코로나19로 인해 정치 행사나 선거운동에서도 화상대담을 비롯한 비대면 방식이 활성화되고 있다. 위쪽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월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가진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의 화상 대담. 이 후보 뒤편으로 화상참여 중인 일반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2월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와의 간담회를 역시 화상으로 진행했다. 오른쪽 사진은 윤 후보가 노트북을 열고 화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상섭 기자 |
전 국민이 마스크와 함께한 지난 2년여 동안 정치판의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마스크 앞에서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얼굴이 ‘명함’인 유력 대선 후보들도 늘 반쯤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군중 앞에서 목청을 높이는 ‘대면 유세’는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비대면 유세’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 마스크는 우리 삶을 뒤흔든 팬데믹의 상징이자, 정치권이 서둘러 풀어야 할 민심의 응어리로 떠올랐다. “과연 어떤 후보가 마스크를 빨리 벗게 해줄 수 있을까”, “누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더 빨리 앞당기고, 코로나 종식을 끌어낼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이번 대선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판단 기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연말연시 한가해진(?) 국회의원, 마스크가 바꿔놓은 정치판 풍경=짧았던 ‘위드 코로나’가 중단되고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체계로 복귀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연말연시 풍경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가한 모습이다. 예년에는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매일 저녁 송년모임 4~5군데 자리를 옮겨다니며 인사를 다녔지만, 2년째 대규모 모임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초선 의원은 “선배들은 ‘21대 국회 초선들은 지역구 관리를 정말 편하게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국회 경력 10년차의 한 여당 의원실 보좌진은 “지역구 의원들은 연말연시엔 통상 의정 보고회를 열거나 길거리를 다니며 의정 보고서 전달을 해왔는데 지난 2년동안은 거의 하지 못했다”며 “의원들 몸은 편해졌을지 몰라도 지역구 관리에 차질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또 다른 보좌진도 “언론사 기자들과의 오찬도 의원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달라진 풍경을 전했다. 국회의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화상으로 진행하는 ‘랜선 행사’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대규모 조직력 과시 행사 사라져...느끼기 어려운 ‘현장의 열기’=대선 주자들의 일정과 모습도 확연히 달라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내 경선 때 수시로 화상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경선 기획단 회의를 가상의 사이버 공간인 ‘메타버스’에서 진행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전국을 도는 지역순회 경선도 선착순 신청을 통해 소수의 기자들만 동행 취재를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예전에는 지역순회 경선을 하면 유력 후보 캠프들이 각각 버스를 대절해 자기 마크맨들을 수십명씩 태우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그런 풍경이 싹 사라졌다”고 전했다.
후보들이 조직력이나 세를 과시하기 위한 대형 행사도 크게 줄어들었다. 일부 경선 현장에는 적잖은 지지자들이 운집해 피켓을 들고 지지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정작 경선이 열리는 행사장 안에는 인원 제한 때문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후보들은 합동연설회장에서 유튜브 생중계되는 카메라만 바라보며 연설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의 뜨거운 열기’ 같은 표현도 자취를 감췄다. 이 후보는 최근 방역체계가 강화되면서 자신의 핵심 일정인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도 전면 중단했다. 강원도와 제주, 수도권 지역은 방문하지 못했다. 현 수준의 방역체계가 계속 유지될 경우 재개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마스크 벗고 싶은 지친 민심...두 달 남은 대선 판 흔든다=고강도 방역 조치에 전 국민이 지쳐가는 상황은 이번 대선에서도 핵심 변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40% 안팎의 역대급 임기 말 지지율을 보이는 핵심 배경에는 ‘코로나 방역을 잘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다시 고강도 방역조치가 시행되면서, ‘방역 민심’도 급속도로 악화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조사한 결과 지난달 57%에 달하던 코로나19 정부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는 이달 들어 44%로 13%포인트 급락했다. 문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 이유를 ‘코로나19 대처’로 꼽은 비율도 5%포인트 급감해 23%로 떨어졌고, 지난 14~16일 조사에서는 2%포인트 더 하락해 문 대통령 긍정 평가 이유 1위 자리를 외교·국제관계에게 내줬다. 반대로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코로나19 대처 미흡’을 꼽은 비율은 7% 포인트 급등하며 18%에 달했다. 성난 부동산 민심만큼이나 방역 민심 악화가 심상찮은 상황인 것이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이재명, 윤석열 두 유력 후보도 자영업 지원책 등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윤 후보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50조원 지원책을,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100조원 지원책을 내놓자 이 후보와 민주당은 “당장 하자”고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하겠다”고 선을 그으며 논쟁이 붙기도 했다. 한편, 사상 최초의 팬데믹 대선을 치르면서 각 후보 캠프의 뉴미디어 담당자들도 더 바빠졌다.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지 못하는 만큼, SNS와 유튜브를 활용해 국민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온라인을 활용한 대국민 소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방송 출연이나 인터뷰 횟수도 과거보다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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