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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朴, 옥중서신 보니…대선 정국 격랑 속으로 [정치쫌!]
박근혜 전 대통령, 12월31일 0시 석방
“2월 2일까지 입원, 치료에 전념할 것”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입원한 박 전 대통령은 당분간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하고 치료에 전념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여야는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이 대선판에 미칠 파장에 촉각이 잔뜩 곤두섰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석방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공개된 옥중 서간집에서 탄핵의 부당함을 강조하고 활동 재개 의사를 내비쳤다. 향후 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대선 판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오전 0시를 기해 석방됐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017년 3월31일 구속된 후 약 4년 9개월만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입원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는 지지자들이 모여 카운트다운을 하고 폭죽을 터뜨리며 석방을 축하키도 했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은 석방 전후에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앞서 지난 24일 특별사면 발표 이후 법률대리인인 유영사 변호사를 통해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며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 전부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생활 중 나빠진 건강 회복을 위해 내년 2월2일까지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치료에 전념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석방 직전 발간한 옥중 서간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박 전 대통령은 “언젠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또,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고 엉킨 실타래도 한 올 한 올 풀릴 것으로 믿고 있다”고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정치권의 셈법은 복잡하다. 여야 모두 당장 박 전 대통령 사면 및 석방에 따른 지지층 분열을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사면에 반대하고 있는 이른바 ‘촛불민심’의 이탈 가능성이 부담이다. 또,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계기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거나, 박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선후보에 힘을 싣는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초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는 옥중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하다. 당내 친박계와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윤 후보를 겨냥한 ‘탄핵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자칫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보수야권이 대대적인 분열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일단 윤 후보 스스로가 지난 2016년 당시 국정농단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속했고, 45년형을 구형한 장본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서간집에서 “(국정농단 재판 당시) 말이 되지 않는 이유로 검찰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고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윤 후보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열린 천태종 상월원각 대조사 탄신 110주년 봉축 법회에서 합장하고 있다. [연합]

박 전 대통령이 권성동, 장제원 의원을 언급한 것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서간집에서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수감될 때 카메라에 잡혔는데, 청문회와 헌법재판소에서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는 지지자의 편지에 ”거짓말로 속이고 선동한 자들은 누구라도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탄핵 정국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았고, 장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청문위원이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권 의원과 장 의원 모두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장 의원의 경우 국민의힘 선대위 내홍의 불씨가 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31일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수사는) 공직자 신분으로 법을 집행한 부분”이라며 “(저는) 지금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한 분들에 대한 평가, 그리고 국민통합 같은 것들을 생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박 전 대통령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지난 30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에서 “박 전 대통령께서 건강이 회복되시면 찾아뵙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 메시지를 통해 윤 후보를 간접 지원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탄탄한 보수층 결집이 이뤄지는 반면, 중도층 외연 확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대통령인 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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