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활동 폭 넓어질 가능성도
尹 이틀째 장고…수용 여부 주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전면 쇄신안 후속대책을 논의한 뒤 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통제하에 지금의 ‘코끼리 선대위’는 ‘초슬림 선대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당장 당 안에선 선대위 핵심 축인 후보 비서실과 6본부를 해체·조정하고 20곳 넘는 소위원회 중 절반 이상을 없애는 내용 등의 고강도 개편안이 거론된다. 선대위 관계자는 4일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 시즌 2가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후보 비서실의 활동 영역은 제한하는 한편, 총괄상황본부의 권한은 강화하는 쪽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총괄상황본부를 직속 기구로 두고 있다. 그가 이를 통해 직접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전날 김 위원장이 윤 후보의 비서실장 역할을 자처하고, “(윤 후보는)연기를 잘해달라”고 요청한 일 또한 ‘그립’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 위원장 측은 “김 위원장은 그간 후보 비서실과 총괄상황본부의 업무 중복이 거듭돼 불편함을 표해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총괄상황본부장을 뺀 나머지 총괄본부장 6명의 사퇴도 거론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선대위에 총괄상황본부 내지 정책·총괄상황본부만 두는 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총괄상황본부 일원화 체제로 갈 수 있는가’란 질문에 “그렇게 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들였다가 2주만에 철회해 빈축을 산 새시대준비위원회 등 일부 위원회의 해체 요구도 당 안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은 사의를 표한 상태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캠프에 이름을 올린 인원만 500명이 훌쩍 넘는데도 지지율은 거듭 하락하고 있다”며 “지금은 냉정히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김 위원장식으로 수술이 이뤄지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활동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선대위 내 조직·직능·홍보본부가 힘을 잃는다면 그만큼 당 대표의 권한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유대감이 깊은 김 위원장이 이 또한 계산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일부 의원들의 직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틀 연속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윤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는 이날 출근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의 쇄신안을 전격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이 자신과 상의 없이 쇄신 뜻을 밝힌 데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가급적 비서실은 크게 손을 대지 않는 쪽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은 김 위원장의 개편으로 이 대표의 권한이 강해질 수 있다는 부분 또한 마뜩잖은 모습이다. 윤 후보 측은 “결국 김 위원장이 아닌 윤 후보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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