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정치적 코너에 몰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직 사퇴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선거대책위원회 파행 사태를 겪은 당 안팎에서 이 대표 또한 갈등상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와중이다. 버티려는 이 대표와 끌어내리려는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의 극한 충돌이 초읽기다. 이 대표와 유대감이 깊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퇴는)전혀 고려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의원들의 당직 사퇴 움직임을 놓고 “당 대표의 거취는 당 대표가 결정한다”며 “당을 위해 그런 판단을 했다면 존중하고, 제가 결원을 채우겠다”고도 했다. 지난달 21일 사실상 윤 후보를 저격하고 상임 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이 대표는 “저도 윤 후보가 다소 실수를 했더라도 (지지율 하락에는)선대위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에 물러났고, (그 이후에)선대위가 잘하면 됐는데 지금껏 선대위는 ‘이준석 대책위원회’였다”라고 했다. 이어 “제가 있을 때는 ‘패싱’하고, 나갔더니 돌아오라고 하고, 돌아가지 않으니 사퇴·퇴진 운동을 하겠다고 한다”며 “당 대표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테니 제발 돌아와달라고 해도 시원찮을텐데 시덥잖은 이야기만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의원들이 ‘이준석 사퇴안’ 결의 등 집단행동을 할 가능성을 놓고는 “의미도 없고, (이들에게)권한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의 자진 사퇴 소식에는 “김 위원장을 모시려는 이는 상당히 낮은 자세로 가야 한다”며 “(윤 후보의 결정에)우려가 된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를 향한 윤 후보 측 인사들과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의 불만이 임계치를 넘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의 최근 발언들을 ‘내부총질’로 규정한 이들 사이에선 그가 물러나지 않으면 ‘식물 지도부’로 몰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도 나왔다.

김경진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단장은 같은 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60% 이상의 최고위원들이 사임하면 최고위원회의 자체가 의결이 불가능해진다”며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식물 당 대표가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 기사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도 사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전날 “이 대표가 최근 보여온 궤적은 매우 비상식적이라는 데 중진들의 의견을 같이 했다”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해당 행위’라는 표현까지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