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없으니 지금껏 헤매는 것”
총괄선대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5일 갈라서게 된 윤석열 대선 후보를 향해 "내가 무슨 목적을 위해 쿠데타를 하겠는가. 그 정도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나하고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윤 후보 당선을 위해 선대위 개편을 하자는데 그 뜻을 이해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을 보라. 쿠데타니, 상왕이니"라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상왕' 논란에 대해선 "후보가 자기 명예에 상당히 상처를 입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아, 더 이상 내가 이 사람하고 뜻이 맞지 않으니 같이 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했다.
앞서 자신이 윤 후보를 향해 '연기만 하라'고 발언해 윤 후보 측의 반발을 산 일을 놓고는 "통상적으로 후보와 선대위가 합치돼 가야 실수가 안 나오니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며 "이를 과도히 해석해 내가 후보를 무시했느니 어떠니 소리를 하는 것은 벌써 상식에 어긋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개편을 둘러싼 윤 후보 측과의 의견 충돌을 놓고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내가 처음부터 이런 선대위를 구성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선대위에)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도 주변에서 정권교체 책임을 왜 피하냐고 해 12월 3일에 조인(합류)했는데 가보니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관찰만 하다가 일부 수정해보자고 했는데, 일부 수정을 해도 제대로 기능이 안 됐다"며 "그래서 전반적 개편을 하지 않고서는 (선거가)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전반적 개편을 하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또 "내가 이준석 대표를 감싼다는 이딴 소리를 윤 씨, 윤 후보 주변 사람들이 한 것 같은데 나는 이 대표에게 '당 대표로 윤 후보를 당선시키는 게 네 책무'라는 것만 강조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윤 후보를 '윤 씨'라고 표현했다가 바로 '윤 후보'로 정정키도 했다.
총괄선대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그는 "어느 신문인가 보니 이 사람이 이준석이 나하고 쿠데타를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던데 내가 뭐가 답답해 이 대표와 쿠데타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대선 같은 대선은 내가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여러 문제가 산적한데 대통령 되는 사람이 국정을 완전히 쇄신해 세계 속에 다음 세대가 중심으로 들어갈 디딤돌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안 보인다"고 했다.
나아가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껏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