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연결 이뤄지자 참석자 사이에선 욕설도
청년보좌역은 ‘사퇴’…“후보 교체가 청년 여론”
국민의힘 “소통본부가 사실 아닌 공지…유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법정 대선후보 토론에 더해 추가 정책 토론을 하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작 수락 당일 예정된 청년과의 대화는 예정과 달리 전화로 참석하며 빈축을 샀다. 예정됐던 청년과의 대화가 갑작스레 전화 참석으로 바뀌고 분노한 참석자들 사이에서 욕설까지 나오자 국민의힘 청년보좌역은 “사퇴하겠다”며 자리를 내놓기도 했다.
5일 간담회 참석자 등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예정된 선대위 주관 전국 청년 간담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전화 통화로 인사를 대신했다. 애초 선대위는 “윤 후보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소개했지만, 예정된 시각에 윤 후보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참가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간담회가 시작된 뒤 20여분이 지나자 한 참석자는 “후보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언제 나오나”라고 물었고, 이에 권성동 의원은 “후보님께서 스피커폰을 통해 인사를 드리겠다고 한다”라며 전화를 연결했다.
윤 후보는 스피커폰을 통해 “윤석열은 청년들과 함께 합니다”며 인사를 건넸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참석을 예고했던 윤 후보가 예고 없이 전화로 참석을 대신한다며 욕설이 나왔다. 특히 최근 윤 후보의 정책 공약을 두고 “2030 민심과 거꾸로 가고 있다”며 항의 발언을 준비했던 일부 참석자들은 윤 후보가 참석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욕설을 남긴 채 단체로 퇴장하기도 했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선대위 개편을 선언하며 “국민 앞에서 후보를 검증하는 데 3회의 토론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효과적인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캠프 실무진에게 법정토론 외의 토론에 대한 협의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3회로 제한된 법정 대선후보 토론에 더해 정책 검증을 위한 추가 토론을 하자는 이 후보의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그간 이 후보의 토론 제안을 거부하며 “정책 경쟁을 회피한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추가 토론을 하자고 답한 당일 청년과의 대화에 불참하며 2030은 윤 후보에게 더 분노하는 상황이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청년 당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2030 당원이 단체로 탈당을 인증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가 청년 유권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라며 “욕설이 나오는 당시 상황에 대해 후보와 보좌진이 엄중하게 생각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의 분노가 쏟아지자 급기야 한 청년보좌역은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곽승용 국민의힘 정책본부 청년보좌역은 이날 간담회 직후 SNS를 통해 “자꾸만 2030과 반대로 향해가는 선대위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어떻게 하면 2030의 지지를 다시 국민의힘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다”라며 “그러나 오늘 진행된 청년간담회를 보고 청년보좌역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보좌역직을 내려놓으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라는 저의 본분에 따라, 마지막으로 제언드린다”라며 “청년들은 후보교체를 원하고 있다. 이것이 제가 파악한 청년들의 여론”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후보는 청년들과의 공개 간담회에 수 차례 1시간 넘게 지각하는 등 “청년과의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후보는 지각 때마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간담회 과정에서 실언이 반복되며 당내에서는 “청년을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같은 비판에 국민의힘은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후보의 금일 회의 참석은 예정돼 있지 않았다. 윤 후보는 권성동 전 사무총장의 현장 전화연결을 받고 즉석에서 청년들에게 인사를 드린 것”이라며 “소통본부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공지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참석자들을 실망시켜드린 점에 대해 선거관계자들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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