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공약’ 화제…건보공단 수년째 ‘순손실’
혜택은 소수, 비용은 다수가 ‘형평성’ 논란
공약 후순위 밀릴땐 ‘말바꾸기’ 재연될수도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159에서 열린 무역협회 혁신기업 정책간담회’CES2022 LIVE’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측이 ‘탈모 공약’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던 탈모가 건보 적용대상이 된다는 소식에 ‘2030 청장년들의 후원’ 관심도 뜨겁다. 관건은 역시 재정이다. 또 건보 적용이 안되는 타질병과의 형평성 문제와 공약의 우선순위 문제 등도 이 후보가 해소해야할 문제다. 추후 공약 정리 과정에서 관심을 많이 받은 공약이 후순위로 밀릴 경우 ‘말바꾸기’ 논란 재연 가능성도 열려 있다.
6일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40번째 ‘소확행 공약’으로 전세사기 근절을 약속했다. 전세 사기 피해를 많이 입는 것으로 알려진 2030을 향한 젊은 층 표심 공략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서민이 어렵게 마련한 보증금을 가로채는 전세 사기는 강력하게 대응해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경기 지사 시절 만들었던 ‘깡통전세 피해 예장 상담센터’ 확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기타 보증기관들 간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후보가 현재까지 낸 ‘소확행 공약’ 가운데엔 건보 적용 대상 확대 공약이 많다. 난임부부 지원강화(31번째), 임신중지 수술 건보 적용(33번째), 청소년 HPV무료접종(36번째) 등이다. 다만 이들 공약 들의 우선 순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큰 관심을 끌었던 ‘탈모 공약’ 역시 아직은 공약 전 단계다.
이 후보는 전날 “재정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경계선을 어디까지로 정할지 등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정책본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탈모 건보 적용에 대해서도 여러 논란이 있다. 그간 탈모는 당장 ‘생명에 지장이 없는 질병’으로 분류돼 건보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이 후보측은 임플란트 건보 적용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치아 하나당 수백만원인 임플란트는 건보공단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건보 적용 여부는 정치인이 아니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하는데, 공약으로 내는 그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5.2%에 불과하다”며 탈모 공약 반대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지난 2018년 3조8953억원, 2019년 3조62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 손실 역시 2018년 4조3474억원, 2019년 4조2641억원을 기록, 재정건정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기획재정부도 건보공단의 재정에 대해 “고령화 등에 따라 지출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재정현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재무예산관리와 자구 노력 이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
난임해결 문제나 임신중지에 대한 건보 적용 문제도 건보공단 재정악화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이를 해결키 위해선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럴 경우 관련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의 반발이 우려 대목이다.
이 후보도 여러 차례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결국 공약 현실화를 위해 재정 문제 해결 논의까지 이뤄질 경우 공약 우선순위 변화 가능성도 있다. 또 제대로 된 검토와 공론화 과정이 생략된 공약들이 늘어날 경우 이 후보의 주요 치적인 ‘공약 달성률’ 하락을 부채질 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이 후보의 ‘소확행’ 공약에 대해 “정책 수요가 있는 곳에 맞게 적절한 정책을 내는 것은 필요하다”며 “정책에 돈을 투여하는 것은 다른 선진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포퓰리즘이라는 말만큼 쉬운 비난은 없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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