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혁신상 휩쓸어, 13개 아이디어 소개
[라스베이거스(미국)=문영규 기자] '혹시 우리 아이, 핸드폰에 빠져있다면….’
# 세 살 짜리 아이가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이를 지켜보는 아빠, 엄마는 속이 탄다. 잠깐 손에서 떼어놓으려 하면 금새 자지러진다. 이러다 스마트폰 중독까지 되는 건 아닌가 싶다.
7일(현지시간) 막을 내리는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2022에 스마트폰 과중독을 걱정하는 부모들을 위한 반짝이는 혁신 아이디어가 소개됐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의 ‘필로토’가 바로 그것이다.
필로토는 취학 전 영유아들의 올바른 스마트 기기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보조하는 소프트웨어다. 아이가 화면과 지나치게 가까이 있으면 귀여운 코알라 캐릭터가 등장해 멀리 떨어져야 함을 알려준다. 아이들이 캐릭터에 인격을 부여하고 상호작용을 하며 올바른 습관을 기를 수 있다. 화면의 문자 인식 등을 통해 부적절한 단어가 나오면 차단하기도 한다.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면 코알라(스마트기기)도 함께 잠을 잔다. 아빠, 엄마는 ‘코알라도 자는 시간’이라고 설명해주면 된다.
사용 연령 목표는 2~7세다. 스마트폰 기본 서비스앱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플랫폼 옵션 기능으로 탑재가 가능하다.
삼성전자 C랩 인사이드의 이노비전. [문영규 기자] |
C랩 인사이드의 ‘이노비전’에는 14개월에 사시판정을 받은 아기 아빠의 안타까운 마음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오롯이 담겨있다. 이노비전은 모빌을 활용해 영아의 사시 여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모빌에 달린 카메라로 아이의 양 눈을 계속 촬영해 눈 사이 거리를 계속 측정, 데이터베이스(DB)화 한다. 주별, 월별로 추세 데이터를 분석, 시기별 발달과정에 따른 정상 범주 내 여부를 판단해 사시 증상 발현 여부를 확인한다. 시력은 한 번 떨어지면 회복이 어렵기에 조기에 발견해 빨리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병률은 3~5% 정도로 상용화에는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다. 다만 발견하지 못했을 시 부담은 크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현재는 김성준 서울대학교 교수 연구진과 산학협력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의 펫나우. [문영규 기자] |
마이크로칩을 반려견의 몸에 내장하는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견주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의 ‘펫나우’는 이번 CES2022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아이디어다.
펫나우는 동물이 가진 고유한 ‘비문’을 통해 개체를 식별하는 장치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강아지의 코 사진을 정확하게 찍는 기술이 핵심이다. 안면인식 기술처럼 동물의 개체인식도 화두다. 수 년 전 많은 기업들이 도전했지만 포기한 기술이다.
반려동물 신원확인이 가능해 유기동물 문제가 줄어들고 비싼 펫보험 요금이 절감될 수 있다. 반려견 등록시 마이크로칩을 내장해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펫나우는 이제 막 미국 시장에서 상용화에 돌입했다. 미국 내 반려견 및 반려묘 수는 2억 마리로 추산된다. 미국 CNN 방송이 주목하기도 했다.
임준호 펫나우 대표는 “이제 막 애플리케이션 베타버전을 출시했다”며 “향후 고양이 신원확인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C랩 인사이드 프로바의 휴대전화 사용 수험자 적발 장면. [문영규 기자] |
C랩 인사이드에서 육성하고 있는 ‘프로바’는 온라인 시험 AI 감독 서비스다. 최근 취업을 위한 시험 등이 비대면으로 치러지면서 부정행위를 개별 시험장소에서도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시험을 칠 경우 감독관은 조그만 화면에서 수험자가 책상 아래 손을 내리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지, 몰래 ‘컨닝’을 하는지 일일이 식별하기 어렵다. AI는 이런 감독관의 어려움을 도와준다.
동작 인식 기술을 통해 책이나 스마트폰 등 부적절한 물건은 없는지, 손을 내리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지 등 이상행동이 발생하면 경고를 준다.
사내 ‘치팅 챌린지’를 통해 인식률을 검증했다. 약 10% 정도의 오류가 발견됐다. 감독관은 알림과 기록 영상 등을 통해 수험자의 부정행위 여부를 재검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를 도입했고 2018년에는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아이디어를 공모해 지난 1년 간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의 지원을 받아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으며 C랩인사이드는 내달께 결과가 나온다. 심의위원회를 거쳐 아이디어를 사업부로 이관할지, 창업으로 발전시킬지, 아이디어를 접고 복귀할지가 결정된다.
C랩 스타트업들은 이번 CES에서 최고혁신상(펫나우)을 포함, 22개의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삼성전자는 13개 스타트업(인사이드 4, 아웃사이드13) 참가를 지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4년 간 406개(외부 244개, 사내162개)의 스타트업 과제를 육성했으며 2022년까지 외부 300개, 사내벤처 200개 과제를 지원·육성할 계획이다.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