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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영길에서 ‘멈춤’… ‘86 용퇴론’ 멀어지나[정치쫌!]
김종민 “86 용퇴론 나온다” 주장
송영길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추가 불출마 없자 ‘찻잔 태풍’ 마무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및 동일 지역구 4선 초과금지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024년 치러지는 차기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집계되면서 ‘민주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에서 자신의 피선거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잇따를 것으로 기대했던 여타 ‘86 세대’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배 아픈데 소독약 바른 꼴’이란 조롱마저 나왔다.

‘86 용퇴론’에 불을 지핀 인사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86 용퇴론이 나온다. 정치를 바꾸지 못할 것 같으면 그만두고 후배들에게 물려주든지, 정치를 계속하려면 이 정치를 확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86 용퇴론’의 시작이었다. 소위 민주당 내 다선 의원들로 구성된 운동권 인사들이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하면서, 후배들에 길을 터주자는 것이 용퇴론의 요체다.

‘운동권 퇴진’ 주장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며 불출마를 선언한 측은 송 대표다. 송 대표는 지난 25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다. 자기 지역구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정에 없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송 대표는 사전에 이 후보와 상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는 후에 관련 소식을 전해듣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제는 최초 용퇴론을 꺼낸 김 의원이 슬그머니 말을 주워 담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2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본인도 86 아니냐. 용퇴할 것이냐’고 묻자 “(정치인 개인의) 용퇴가 핵심이 아니고 이 제도를 용퇴시키기 위해 힘을 합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낡은 기득권 제도를 용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 개혁에 우리 86 정치인들이 책임을 지고 반드시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메시지였다”고 발을 뺐다.

송 대표의 ‘불출마 선언’이 당내에서 별다른 반향이 없었던 것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대선 경선 과정에서 송 대표는 때마다 ‘이재명에 기울었다’ 비판을 받아왔고, 당내 다수파인 ‘친문 그룹’으로부터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송 대표 본인 말로도 본인이 당대표에 당선된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소위 운동권 그룹 내에서 입지가 좁은 송 대표가 이 후보에 대한 충정으로 일을 벌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보니, 송 대표 혼자만 ‘독박’을 썼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국회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송영길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그 분이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에 대해선 모두가 다 알고 있다. 다른 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며 “불출마가 아니라 정계은퇴였으면 반향이 있었겠지만 불출마는 의미 없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향후 진로에 대해 정치권에선 당대표 추가 도전 또는 차기 대권에 뜻이 있다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송 대표의 오랜 친구인 우상호 의원을 영입한 것 역시 ‘불출마 불씨’를 살리려는 의도란 분석도 나온다. 송 대표는 우 의원 영입을 이 후보와 먼저 상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 의원은 이미 지난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우 의원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송 대표가 선언한 ‘불출마’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조짐이 일자 비판들이 나왔다. 김우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김종민 의원의 ‘사람이 아닌 제도의 용퇴’라는 발언을 겨냥해 “이런 걸 요설이라고 한다. 행동하지 않는 구두선의 정치는 배반형”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도 “86 선배님. 말을 꺼냈으면 실천을 해야 한다. 이런 정치를 물려줄 것이냐”고 지적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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