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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민간인 공격에 中 기류 변화?…SNS에 푸틴 비난·우크라 옹호 글 [나우,어스]
中 정부도 미묘한 논조 변화
민간인 희생에 “유감” 표명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웨이보(微博)에 올라온 우크라이나 지지·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비판 게시물. [웨이보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본격화한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웨이보(微博) 등 중국의 소셜미디어(SNS)에 우크라이나와 우호적 관계를 부각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 평론가로 활동하는 왕즈안(王志安) 전 중국중앙TV(CCTV) 기자는 지난 1일 웨이보에 올린 영상을 통해 “지난 30년간 중국의 비약적인 군사력 증강에는 우크라이나의 도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군수산업이 발달했던 우크라이나는 항모, 공기부양정, 대형 수송기, 항공기 엔진 등을 중국에 매각했고, 수천명의 기술 인력을 파견해 중국을 지원했다”며 “우크라이나는 기술을 돈과 바꾼 것이지만 중국이 큰 수혜를 본 것은 사실”이라고 소개했다.

2012년 9월 취역한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은 1998년 우크라이나에서 미완성 상태였던 ‘바랴그호’를 2000만달러에 사들여 다롄(大連)조선소에서 14년 동안 개조해 탄생했다.

친척 자녀가 우크라이나에 유학 중이라는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우크라이나 주택 관리원이 아이들이 머무는 곳 주변을 매일 순찰하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아주머니는 식자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은 먹지 못하는 고기와 계란 반찬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정세는 불안하지만 선량한 우크라이나인들을 만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푸틴 대통령을 겨냥, “그는 호전적인 사람이다. 그가 잘못하면 모든 사람을 사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비난하는 내용을 웨이보에 올렸다.

이어 “이 ‘시한폭탄’을 이유불문하고 지지하는 게 정상적이냐”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는 중국의 누리꾼들도 겨냥했다.

다른 누리꾼은 “침략 전쟁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며 “러시아가 만약 패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세계 2차대전 이전의 약육강식의 시대로 회귀할 것인데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소셜미디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악플과 허위 정보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한 왕훙(網紅·중국의 온라인 인플루언서)은 러시아의 과거 열병식 비행 영상 등을 조작해 우크라이나 정세를 호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이 드러나 모든 SNS 계정이 차단됐다.

웨이보는 지난달 25일까지 자극적인 내용을 올린 105개 계정을 폐쇄했고, 짧은 영상 플랫폼인 더우인(抖音·Douyin)도 1620개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정지시켰다.

중국 정부의 논조에도 변화가 읽힌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민간인 인명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중국은 관련 사상(死傷)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민간인의 생명과 재산, 안전이 효과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며, 대규모 인도주의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유감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이런 기류 변화는 러시아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여온 데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한 데다 우크라이나 내 반중 정서 확산으로 현지 중국인들이 공격받는 등 곤경에 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러 규탄 결의 표결에서 기권하고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자제, 사실상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는 국제사회 비난 여론이 확산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반중 감정이 고조하면서 현지 중국인들이 공격받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양스(央視·CCTV)군사’는 지난 1일 웨이보 계정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중국인이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짐을 옮기던 중 군사 물자를 운반하는 것으로 오인돼 피격받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많은 중국인은 우크라이나인들의 반중 감정과 연관 지어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한 중국인은 웨이보에 “중국의 안방에서 던지는 농담과 조롱이 우리의 목숨을 위협한다”며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 신중하게 처신해달라”고 호소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일 전쟁 중단을 위해 중국이 러시아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하는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현지 체류 중인 중국 국민의 안전 확보와 철수에 필요한 조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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